딸기 밭
작년에 아랫집 할머니네 딸기밭에서 대여섯 포기를 얻어 와서 바위 아래 양달에 심어 보았다.
부지런히 새끼를 치더니 올 봄에 드디어 꽃을 피우고 콩알보다 작은 열매가 달렸다.
종자도 모르는 놈으로, 요즈음 시장에서 판을 치며 팔리는 큰 딸기와는 달리 동그랗고 작은 옛날에 먹던 재래종인 듯한 놈이 꽃 피우고 열매를 맺으니 기분이 좋아 내 입이 째진다.
요새 딸기는 대부분 비닐하우스용으로 개량이 되고, 크고 단맛이 나며 신맛은 적은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대로 개량이 된 것으로 비닐하우스 안에서가 아닌 노지에선 제대로 적응되지를 못하는 종자인 것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개발된 종자들을 사서 재배를 하니 많은 로열티를 지불할 수밖에 없다. 큼직한 딸기를 한입에 넣고 씹을 때마다 우리나라의 농림부를 욕하게 되는 것은 농부의 마음인지 대한민국국민의 마음인지 모르겠다.
딸기뿐이 아니다.
텃밭에서 재배할 채소의 씨앗을 종묘상에서 고를 때 씨앗봉지를 보면 기가 차다. 한국산 종자들은 가뭄에 콩 나듯 있을 뿐이다.
우리가 기르고 먹는 채소류의 종자하나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농정에서의 무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토종 밤알 만하게 작고 새콤하고 달은 딸기를 올해는 텃밭에서 맛을 겨우 보겠지만, 내년에는 딸기밭을 세배 쯤 늘려 딸기 잔치도 해볼 생각이다.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별로 없다고 보겠지만, 집안 식구들과 텃밭의 방문자의 입맛을 다시게 할 수 있는 옛날 딸기로 텃밭의 양지 바른 귀퉁이를 장식하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