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밭경계 돌 쌓기와 시골인심
우리는 누구나 시골인심에 대하여 막연하게 좋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삭막한 도회지에 비추어보면 말할 필요가 없지요.
제가 땅을 구입하고 시골 동내를 드나들 때, 그래도 지방도로에서 밭에 까지 가는 길에 있는 네 채의 집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마을 이장님 정도는 신고를 해야지 하며 아는 체를 하였고, 몇몇 젊은이들과 이장님과는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도 여러차례 했지요.
모두들 언제 집을 짓느냐, 집은 산등성이 너머 별장지은 것처럼 지을 꺼냐, 왜 아직 공사를 안하느냐, 누가 집 짓는 데 방해를 하는 건 아니냐 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며 편안히 대해주더군요.
어떤 때는 하루종일 밭일을 하거나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만나는 이 하나 없어, 아! 이게 시골이구나 하며 잠결같은 생활에서 깨면서 사람을 그리워할 때도 있지요.
아랫 집 할머니가 쥐어주는 작은 토종닭알의 고소함에 취하여 누렁이의 집을 번듯하게 만들어 주었고,그에따라 속 노란 호박고구마가 겨울을 지내고 제 입으로 아삭아삭거리며 들어왔습니다.
밭공사(엄밀히 말하면 내 땅고르기와 땅 찾기, 측량을 해보니 남의 땅 먹은 곳과 남의 땅이 된 곳이 있어 100여평 이상의 차이가 나고 모양도 많이 틀려진 상태였음)를 할 때의 일 입니다.
남의 논이 두길 이상 아래에 있고. 60여 미터에 이르는 경계를 세멘트 옹벽으로 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들어 밭에 널려있는 그 비싼 큰 돌(1~4톤)로 쌓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이나 민법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계선을 한뼘도 침범하지 말라는 요구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요. 담이나 축대는 경계선이 중앙에 오도록 쌓는 것인 데 경계선밖으로 절대로 나오지 말라?
생각해 보면 아랫 논 주인은 앉아서 토지의 가치를 높이는 득을 얻는 데, 나는 비용을 대고 땅의 면적도 못 찾게 되니 화가납니다(큰 돌로 2단,3단을 쌓을 때 아랫 돌과 윗 돌의 간격이 한 팔이 넘게 되므로 1.8*60*0.3025=33 와! 33평이 날라간다).
공사중 다투면 득 볼 거 없을 터인즉, 냉정히 생각해 보고 이의를 제기하는 땅 주인의 요구대로 응하였습니다.
어차피 내가 필요에 의하여 쌓는 축대이고, 나의 기준으로 하면 그 사람 논이 현상보다 작아지고 농토 손해를 보는 쪽은 그 사람이니 내가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건 시골의 관습이 일반적인 상식이나 법률보다 우선하니 내가 지자고 결론을 낸 것이죠.
그리고 나중에 필요하면 그 비싼 돌을 내 마음대로 캐어내서 사용하거나(저의 소유이므로), 경계선 윗 쪽으로 데크를 만들면 더 운치 있을 꺼야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시골에 가면 시골사람이 되어야 하고 , 시골사람과 같이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만사가 좋을 것이라 봅니다.
특히 완고한 노인들과 다투어서는 결과적으로 손해는 도시인이 손해를 봅니다. 제가 아는 어떤이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도 시골 노인으로부터 물리적인 방해(공사방해:여러가지 방법으로)를 받아 결국 이 를 극복하지 못하고 땅을 되팔아 버렸습니다.
나의 기준을 시골에 맞추고, 내가 좀 더 베푸는 자리를 갖자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골의 인심은 아직 무조건 도시보다 좋습니다.
그리고 내가 시골사람이 될 때는 더욱 환상적인 시골인심에 둘러싸여 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에 변함이 없도록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