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이야기
농사와 운치를 위하여 멋들어진 연못을 만들기는 했는데 아직도 마무리를 못하여 올 여름에 고생을 두어 번 하고야 말았다.
쏟아지는 호우로 넘치는 물이 돌 위에 덥힌 둑을 망가뜨려 토사를 아랫집 논으로 두 차례나 쏟아내어 수작업 보수공사를 두 차례나 하니 좀 신경질이 난다. 당초에 돌 축대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이다.
농촌에서의 상린관계는 어떤 경우엔 좀 피곤하다. 민법 조문과 판례에 의해서만은 해결되어지지 않는다.
상호간에 양보하는 마음이 앞서야 얼굴 찡그리지 않고 원만히 지나가는데, 시골에 완전히 이사하지 않은 나 같은 경우는 언제나 더 양보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래야 마음 편하고 무난한 결과를 얻는다.
위에 밭에서 나오는 물을 달라고 해서 수로관을 묻은 게 막히고 넘쳐 토사가 흘러가도 문제, 연못을 만들어 수위조절을 해 가는 과정에서 망가져도 문제, 연못의 물 조절이 끝나 수로관을 따라 구거로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 아래 논으로 물이 바로 안 가도 문제,
하여간 운치 있는 농사용 연못을 완벽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느 정도 골칫거리다.
어쨌든 내년 봄 까지는 배수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야하고, 밭 모양과 택지조성을 완료하여야한다.
넘치는 물을 잡기 위하여 일단 자동배수펌프를 설치하니 한결 편해졌다. 웬만한 호우는 걱정을 놓을 수 있다.
연못에 물이 고인 뒤 네 달 정도가 되니 어디서 물풀씨앗이 날아들었는지 수면을 꽉 뒤덮는다. 신통하게 예쁜 꽃도 피었다.
내년엔 붕어와 파라미가 노니는 멋진 연못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