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 25. 21:58ㆍ카테고리 없음
한 달 전에 10년 넘게 사용하던 29인치 텔레비전이 아예 못쓰게 고장 났다.
마누라가 생활비 아낀다고 두 번을 고쳐서 사용을 했으나 이번에는 전자총이 나가버려 서비스맨이 손을 들어버렸다.
서비스맨 왈, 텔레비전이 엄청 고물이어서 부품교체비용이 같은 크기의 신형완전평면브라운관 텔레비전과 맞먹는 30여만 원 인데 이젠 바꾸셔야죠?
10여 년 전에 거금 백 여 만원을 주고 산 것이 지금은 그보다 훨씬 화면이 좋은데도 삼십 여 만원이라!
지금 보는 텔레비전은 돌아가신지 오래된 장모님이 보시던 20년이 지난 완전 고물이다. 괴팍한 아티스트도 아마 쳐다보지 않을 고물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디지털시대에서 계속 아날로그를 고집할 이유도 없고, LCD라 PDP라 하면서 납작한 놈이 맵시 있고 화면이 그야말로 끝내주는데 덩치 크고 무겁고 화면이 거친 브라운아저씨만을 찾을 순 없다.
전에 부하직원이 보너스 받았다고 자동차를 계약하거나 몇 백 만원씩이나 하는 홈시어터를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사는 모양을 보고 내심 혀를 끌끌 차며 그 직원의 경제상태와 동향을 살핀 적이 많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 직장에서는 전자기기의 첨단을 걸었지만 정작 집에서 만큼은 구시대적인 영역을 벗어나지를 못하고 고물스럽고 아나로그하게 살았나보다.
이제야 잠시 생각을 해본다.
우리 집에서 앞으로 텔레비전을 몇 번이나 살 수 있을까하고 말이다. 개인컴퓨터는 식구 각자가 꿰어 차고 있으면서 눕거나 기대어서 눈과 귀를 즐기는 식구공용 텔레비전은 왜 그리 인색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자주 보는 것이 아니라 등한히 했던 것이 주된 이유인가보다.
이제는 우리부부가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전 보다 늘어나는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디지털 텔레비전을 사야겠다.
백화점에 가보고, 마트에 가보고, 대리점에 가본다.
그놈이 그놈 같은데 값이 틀리고, 얼빠지게 보고 있으면 매장 직원이 주절거리며 중늙은이 혼을 빼 놓는다.
현장에서 도저히 LCD든 PDP든 비교분석을 할 수가 없다.
어떤 LCD는 PDP보다 화질이 나쁜 것 같기도 하고 삼성이 좋은지 엘지가 좋은지 도무지 비교를 할 수가 없다. 더구나 화질을 상인들 마음대로 살짝 조정해 놓아 소비자들의 눈을 헷갈리게 하는 듯하다. SD급과 HD급, 구형과 신형의 차이가 값의 차이만큼 현격하게 보이는 것은 착각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모델명을 살펴본다.
예를 들면 42E7HD/S, 42E7HD1/S, 32LX1DKW, 32LX2DK,,,,등 앞의 숫자는 화면크기 이지만 나머지는 알 수 가 없다. 어떤 것은 1이 좋고 어떤 것은 2가 붙어야 좋고 하니 도무지 구별이 안 된다. 꼬장꼬장 메모하며 물으면 매장 직원이 슬그머니 딴 손님에게 붙는다. 얼이 많이 빠질 사람을 모시는 것이리라!
집에 와서 PC를 켜서 각사의 싸이트로 들어가 모델을 확인해본다. 그리고 ‘다나와’나 ‘에누리’를 열나게 들락거린다. 그러고 나니 어느 회사의 어느 제품이 신형이고 화소나 엔진이 좋은 것인지가 어느 정도 구별이 간다. 그리고 집의 형편에 맞는 제품이 어떤 것인지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스운 것은 각 제품이 눈에 들어오고 사고 싶은 제품의 사양을 대강 정하고 보니 값이 들쭉날쭉 이다. 판매상마다 다르고 매일 어느 땐 시간마다 값이 달라진다. 이리저리 알고 보니 이젠 눈이 피곤하다. 같은 매장에서도 열흘 사이에 10%나 값의 차이가 달라지니 바로 살 수가 없다.
백만 원이 넘는 기계를 사면서 10%의 차이가 나고, 매장 상호간에도 10% 이상의 차이가 나니 함부로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과정 중 괘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제조회사의 얄팍한 상술에 기한 현혹이다. 제품의 복잡스런 모델과 출고가의 장난이 대부분의 소비자를 우롱한다는 것을 알고 나니 메이저급 제조사조차도 신뢰할 수가 없다.
매뉴얼로 볼 때에 아무런 성능의 차이가 없어도 모양이나 테두리 색깔의 차이, 보통은 가정에서 쓰지도 않는 입출력단자의 차이, 백화점에 보내는 것과 할인점에 보내는 것의 구분, 제조일자에 따른 차이 등에 따라서 무지한 소비자는 지갑을 정신없게 열어젖히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 화가 난다.
어떤 때는 성능이 더 좋은 것인데도 수급상의 문제로 그 보다 못한 제품보다도 더 싸게 유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몇 십 만원을 아끼는 것은 버는 것과 같으니 눈 품을 팔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주일 동안을 클릭하고 메모하느라 아직도 못 사고 있다.
마누라는 구정 직전에 사라고 조언을 한다.
맞다!
마누라가 필드에서 느낀 감으로 조언을 하는 것이니 그대로 따르는 것이 옳다고 본다.
구정 때에 물건값을 갚아야하고 자금을 확보하여야하는 상인들이 지금보다 10% 더 싼 가격으로 시장에 밀어낸다면 아주 좋은 가격으로 생전 처음 디지털텔레비전을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러다가 올해 중에 못사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