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13. 00:00ㆍ카테고리 없음
작년 늦가을부터 텃밭에 그럴듯한 비닐하우스를 만들려고 집터 옆쪽에 자리를 잡아 밭을 평평하게 만들었다. 올 봄까지 여러 번에 걸쳐 손을 보고 내친 김에 작은 걸 하나 더 지으려고 좀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아 고르기 작업을 하였다.
큰 비닐하우스는 6M*12M(약 22평), 작은 비닐하우스는 6M*6M(약 11평)으로 각기 옆면(벽)의 높이를 2M 넘게 높게 만들려고 마음먹고 준비를 하였다.
나중에 텃밭에 조그만 농가주택을 짓고 살 경우에 큰 비닐하우스는 일간, 헛간, 창고용으로 겸하여 쓸 요량이고, 작은 놈은 닭장으로 용도변경을 고려하여 튼튼하게 짓겠다고 구상을 하였다.
그런데 농자재판매상에서 견적을 내고 배달가능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벤딩한 파이프를 텃밭에 운반을 못한다는 것이다. 5톤 초장축 트럭이 텃밭입구 굽은 길옆으로 쌓아놓은 큰 돌에 걸려 텃밭까지 올라가지를 못한다고 한다.
당장 큰 돌을 치우고 길을 넓히는 작업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없이 설계변경을 하였다.
3M 크기의 아시바파이프로 기둥을 1.2M 간격으로 세우고, 지붕은 32mm 파이프로 만들기로 하니 자재비용이 당초보다 50% 정도 더 들게 되었다.
한꺼번에 작업하기가 힘에 겨울 것 같아 작은 비닐하우스는 나중에 짓기로 하고 일단 큰 놈부터 만들 작정을 하고 자재를 주문하였다.
생전 처음 만드는 비닐하우스라 막막하기도 하지만 텃밭에서 유유자적하기보다는 뭔가 땀 흘리고 몰입을 하며 움직이고 싶어서 기어이 일을 저질러 보기로 한다. 혼자서 파이프 박고 조립을 하려고 한다. 인부들을 사서 만들면 쉽지만 내 생각엔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손때 묻히며 직접 만들고 싶기도 하고,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 며칠이 걸리든 혼자서 해 보려고 한다. 평소 갈고 닦은 만능 선목수 실력으로 조립을 하려고 한다.
조립은 자신이 있는데 문제는 밭에 처박힌 돌들이 문제이다.
30여개 기둥파이프를 50cm 깊이로 땅에 박아야 하는데, 제발 박아야 할 위치에 흙 속으로 큰 돌이 없기를, 아니 몇 개 정도만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작업 중간에 수도 없이 곡괭이질을 자주 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럴 경우 파이프 조립 전에 몸살을 몇 차례 할 정도로 중노동이 될 것이다.
내 좋아 저질러 놓는 일이니 손바닥이 터지고 굳은살이 생기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하려고 한다.
열흘 치 양식을 준비하여 텃밭에 갈 것이다.
틈틈이 농사일도 함께 하여야하니 텃밭생활 4년차에 세 칸 흙집 짓기 전까지는 제일 바쁘고 힘든 고독한 수행이 될 것으로 본다.
마누라는 넋 나간 표정이다. 농사로 돈을 버리기만 하는 것도 불만인데, 중노동을 자원하며 혼자서 비닐하우스를 짓겠다니 한심하다는 눈초리이다.
* 아래가 11평 비닐하우스 자리, 중앙부분이 22평 비닐하우스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