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7. 20:21ㆍ카테고리 없음
예년에 비추어 2주 정도 빠른 서리 두 방에 텃밭이 초겨울을 먹었다.
개수대에 놓여있던 행주는 꽁꽁 얼었고, 텃밭은 온통 허옇게 뒤덮였다.
잘 자라면서 알곡을 키우던 신통한 들깨들의 싱싱하던 잎들이 축 처지더니 두 번째 서리를 맞은 후에는 완전히 갈변되어 서둘러 벨 수밖에 없었다.
베어낸 들깨를 비닐하우스 안에 들여놓으면서 마음이 영 편하질 못했다.
올해는 들깨농사로 가족이 일 년 내내 구수한 들기름을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큰소리 친 후에 열흘도 안 지나서 꼬리를 싹 내리려니 멋쩍은 웃음만 나온다.
여물지 않은 깨알에서 들기름이 줄줄 흐르지는 않을 일이지만 베어낸 들깨를 푸대접 할 수는 없어서 행여 텃밭에 없을 동안 비 맞을까보아 비닐하우스 안에 천막을 깔고 정성들여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땅콩도 한 번 서리 맞고 땅콩 잎이 갈변되고 오그라드니 더 이상 놔둘 필요가 없다.
땅콩을 캐보니 예상 외로 알이 제대로 차고 날로 먹어도 맛이 좋다.
이번에는 땅콩수확 전에 들쥐들이 파티를 하지 못했는지 전혀 피해가 없다.
그리고 자질구레한 땅콩들까지도 알이 잘 차서 아주 만족할 만한 소출을 얻었다.
늦게 오이 좀 먹겠다고 했는데 서리 한방에 그대로 끝이다.
달린 오이는 얼었고, 잎은 맥없이 폭 싹 처참하게 주저앉았다.
호박도 마찬가지다.
잡초더미를 뒤져서 늙은 호박 한 개와 커다란 단 호박 두 개를 따내니 호박이 자란 흔적이 없는 잡초 밭이다.
부추는 서리를 맞고서도 꿋꿋하다.
아침 해와 함께 되살아나 더욱 싱그럽게 모양을 뽑낸다.
늦게 심은 부추지만 세 번째로 큼직한 한 단을 수확했다.
무는 살짝 온 영하 1~2도의 추위와 서리에는 별 영향이 없다.
이상기온이라도 이달 말까지는 몸집을 좀 더 키우지 않을까한다.
텃밭의 잡초들도 겨울을 맞을 준비들을 하고 있다.
텃밭풍경이 가을걷이의 풍성스러움보다는 삭막한 겨울의 전초를 보는 듯한 색감을 풍기고들 있다.
비닐하우스위에 덮은 차광망에도 서리가 붙었고, 지붕 위쪽의 뽕나무와 호두나무도 잎이 거의 다 떨어져가는 중이다.
이제 텃밭도 슬슬 겨울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여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