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4. 00:55ㆍ카테고리 없음
오년 전에 텃밭을 샀지요.
친구와 둘이서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 있는 밭을 세 차례에 걸쳐 산 텃밭은 2600 여 평이 되니 각자 1300 여 평씩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밭을 사고 나서 밭에 박혀있는 큰 돌을 캐어내어 밭 경계를 캔 돌로 둘러싸서 모양을 좋게 만들고, 한 길 넘게 땅을 파서 유공관과 작은 돌을 묻어 배수로를 만든 길이가 400 여 미터 쯤 됩니다.
* 텃밭을 처음 가진 후에...텃밭 경계석 쌓기와 배수로 공사
앞으로 집을 지을 것에 대비한 작업을 한 것이기는 하나 시골사람들이 보기에는 쓸데없는 일을 한 것이지요.
그러나 시골에서 노년을 보낼 생각으로 손을 본 여러 작업은 제 마음에 흡족한 것입니다.
농장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한 것이 많고, 텃밭으로 치부하기에는 좀 과한 규모이지만 저는 “텃밭”으로 즐겨 부른답니다.
장래 노년의 보금자리를 가꾸는 마음으로 텃밭을 만들어 가는데 보람을 느끼고 텃밭에서의 땀을 즐기니 농사가 취미로 되었습니다.
텃밭농사 오년을 하고 있으나 농사수준은 한심한 정도입니다.
게다가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을 텃밭의 환경을 해치는 것으로 나름대로 규정하고 옛날식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하고 있지요.
봄부터 늦가을까지 삼백여 평 호미질을 열심히 해대지만 집에서 먹을거리조차 제대로 얻지를 못하는 한심한 수준의 농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텃밭의 재산적 가치를 환산해보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평 보다도 못한 시시한 것입니다.
그래도 전 언제나 부자로 살고 있고 텃밭을 즐기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여섯 평 컨테이너박스로 만든 농막이 있고, 화장실, 취수탑, 목욕실, 헛간이 농막의 종물로 치장되고 있어 혼자 그런대로 지내기에 별 불편이 없습니다.
* 오른쪽이 개수대, 그 옆이 헛간, 그 왼쪽이 여자전용소변화장실, 파란통이 취수탑, 취수탑 오른쪽이 화장실, 아랫쪽 파란통 셋이 인분주발효통, 가운데 통이 유박액비발효통,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소변통이 있다.
그리고 텃밭에 거의 혼자 만든 비닐하우스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스물두 평 규모로 기둥을 48미리 비계파이프로 만든 잘 생기고 무지 튼튼한 비닐하우스로 뼈대를 만들어 놓은 지 일년 만에 겨우 비닐을 입혔습니다.
* 연못 북쪽에 위치한 비닐하우스(6미터 * 12미터, 높이 5.5미터)
텃밭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걸 꼽으라면 연못을 들 수 있습니다.
열 평이 못 되는 연못이지만, 둘레가 텃밭에서 캐어낸 큰 돌로 쌓은 것으로 텃밭에서 나오는 샘물이 유입되고 넘치면 자연스럽게 퇴수가 되도록 만든 것이지요.
바닥도 흙바닥 그대로이고 시멘트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 연못입니다.
* 연꽃보다는 작은 수련이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여 헬볼라, 노란어리연, 물양귀비를 심었으나 지금은 현지에 적응한 노랑 어리연이 연못을 완전히 점령을 하였다.
텃밭에 전기와 상수도를 설치한 관계로 텃밭생활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 텃밭외등을 텃밭에서 골라낸 돌로 쌓아 만들었다. 파라솔 아랫쪽에 샘물을 텃밭용수로 쓰기 위한 양수기함을 설치하고 의자로 이용하고있다.
* 바랭이풀이 많이 자라 예초기로 깍으면 주차장이 론그라운드(? ㅎ)로 변한다.
* 메마름이 없는 농막 옆의 작은 개울
농사를 취미로 하는 저의 입장에선, 그리고 텃밭생활을 즐기는 늙은이의 입장에선 꽤나 자랑하고 싶은 텃밭이기에 신고를 하였습니다.
*최근의 텃밭풍경
쪽파밭
땅콩 한 이랑 캐는 중
고구마 작은 이랑 일부
김장 배추밭 이랑 일부
부각용 들깨
잡초에 덮힌 고구마 이랑
김장 무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