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풍경(시월말)

2024. 11. 1. 17:11카테고리 없음

텃밭에 배추밭이 세 군데에 있다.
배추씨앗을 직파하여 잘 자라다가 더위에 지치고 벌레에 괴로움을 당하여 제대로 자라지 못한 배추들이 겨우 살아 열다섯 포기가 지친 몰골을 하고 있는 배추밭,


직파한 씨앗이 실패할 것이라 생각하여 시장에서 모종 반 판을 사서 오십여 개를 심은 배추밭,


남은 모종 버릴 수 없어 상추밭을 정리하고 열두 개를 심은 배추밭이다.


텃밭에서 지낼 때에는 배추벌레를 쫓아내느라 수시로 나름대로 만든 방충약을 뿌려주지만, 텃밭을 비울 때에는 달아났던 벌레들이 달려들어 배춧잎에 구멍을 낸다.
추석 지나고 더위가 가시면서 뒤늦게 배추들의 생육조건이 나아지자 병충해를 이겨내고 배추들의 모양들이 갖추어지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 해도 앞으로 배추들이 성장할 날들이 길어야 2주일이니 속이 꽉 찬 배추를 기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올해도 겨우 텃밭주인 혼자 먹을 양을 넘길 수가 없을 것이리라.

텃밭의 무는 잘 자라 주었고 이상할 정도로 벌레들도 끼지를 않아  효자상품 노릇을 하였다.
비싼 무를 수시로 뽑아다 아내에게 바치며 어깨를 으쓱하였다.
무 옆에 마늘이 자라고 있다.
작년에 마늘주아를 심었었는데 마늘을 거두고 무 씨앗을 파종할 때도 없었던 놈들이 뒤늦게 무와 함께 발아하여 크고 있는 중이다.
씨마늘이 아니고 주아를 심은 것이고, 제철에 자란 마늘이 아닌 가을마늘이니 마늘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기에 텃밭주인 입맛이나 겨우 돋우게 될 것 같다.
공짜로 얻는 기분이니 고맙게 생각하고 맛있게 즐길 일이다.


호박고구마 남은 이랑을 모두 캤다.
예년보다 의외로 작황이 좋아 모두 120Kg 이상을  거두어 풍작 한 기분을 느껴본다.
그래봤자 겨울 지나면 시장 고구마를 사서 먹게 되겠지만!


농막 아래 작은 밭에서 자라는 케일은 여름 내내 시달리던 벌레들을 떨쳐내고 싱싱한 푸른 잎을 달고 있다.
구멍 난 잎들이지만 케일주스만큼은 일품으로 만들어준다.
케일 앞쪽으로 추석 지나고 씨앗을 직파하여 자라고 있는 적로메인상추들이 장난스럽고 앙증맞다.
크게 자랄 틈도 없이 어린잎을 따내어 가면 아내는 아침용 샌드위치 속에 정성스레 집어넣는다.


부추는 언제나 싱싱하게 잘 자라니 귀가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한 보따리 채워간다.
영양부추밭에 씀바귀가 계속 달라붙어 자라기에 귀찮아서 놔두었더니 기세등등하게 세력을 왕창 넖혀가고 있다.
연한 잎을 따서 먹어보니 먹을 만하다.
밭이 얼기 전에 모두 캐내어 따로 씀바귀밭을 마련해 줄까 한다.


고구마를 캐고 난 밭에 밑거름을 적당히 주고 고르게 평밭을 만들었다.
씨마늘 400여 개를 심을 것이다.
씨마늘은 한지형 단양육쪽마늘로 좀 큰 것 한 접을 준비했다.



들깨를 베어 비닐하우스에 걸어놨는데, 수시로 막대기로 툭툭 쳐대며 들깨털이를 하고 있다.
선별작업 전의 예상이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15Kg 정도를 얻을 것 같다.
그러면 우리 집 먹거리로서 들깨는 완전 자급자족이다.


농막 뒤편의 딸기밭에 딸기들이 튼실하고, 런너를 뻗으며 자라고 있어 딸기모종 20여 개를 채취하여 위쪽 빈 밭에 심어주었다.
번식을 하는 상태를 봐가며 모종 열 개쯤 더 심어줄 예정이다.


고추가 겨울이 다가오는 줄 아는가 보다.
마지막으로 부지런히 꽃을 피우며 열매를 키우고 있다.
아직도 이상기후라 그런 지 서리가 내리질 않아 고추들이 죽지 않고 싱싱함을 유지하고 있다.
며칠 지나면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이니  얼어 죽기 전에 풋고추를 모두 거둬야 한다.
텃밭의 마지막 풋고추는 장아찌용으로 제격이다.


비닐하우스 동쪽에 제멋대로 자라서 군락을 이루는 돼지감자의 가을풍경이 묘하다.
멧돼지가 송학산에서 내려오질 못하니 영역을 계속 넓혀가고 있다.
들깨밭 가운데에서 들깨와 공생하며 잘 지내니 방치하고 있다.
내년 봄에 돼지감자차를 만들까 한다.


5년 전쯤인가 이웃에서 복분자 두 그루 얻어 텃밭 돌축대 아래에 심었는데, 어느 틈에 여섯 평 규모의 복분자밭을 형성하며 20여 그루로 늘어났다.
들깨심을 윗 밭으로 번지기에 그 또한 괜찮을 듯하여 30여 평 규모로 커질 때까지 그대로 놔둘 예정이다.
고창복분자가 아니어도 자연돌밭의 순수자연농 복분자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니 내년부터는 수확에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자투리 시간을 주로 이용하여 연못가를 정비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널려놓은 돌들을 이용하여 소나무 둘레를 모양 좋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곁들여 연못가에 수선화와 백합이 자리할 공간을 새로 손봐가며 구근을 이식하였다.
이왕 손보는 김에 연못 옆 두둑의 참나물밭을 고르게 평탄작업을 하여 널찍하게 만들 것이다.



텃밭의 늦가을을 장식하는 야생화 몇 가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