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메못

2009. 1. 18. 23:20나들이

 그 바다는 어두웠다.

갯벌에 펼쳐진 색깔없는 거칠음이 나그네를 무겁게 한다.

저 멀리

조그맣게

생을 위한 바쁜 움직임을

따슨 눈빛으로 바라보지만

쌀쌀한 겨울바닷바람은 이내 나그네를 긴장시킨다.

회색빛 천지에 그래도 있다.

삶의 움직임에

거친 갯벌이 꿈틀대는 것이.

 

 


 저기...

목숨을 바쳐 곧음과 가치를 움켜지며

바닷가 안개로 사라진

위대한 이들이 있다.

희미한

저 너머 수평선에

믿음의 메아리가

세상을 자욱하게 덮고 있다.

나그네는...

작은 공간에 꿇어

손을 모은다.

오랜만에 우러러보는 얼굴에 이슬이 맺힌다.

순례자의 조심스러운 발자국소리는

아련히 세월을 거스른다.

 

 

 컴컴하고 조그만 공간에서

나그네는,

교만한 나그네는 

거룩하고

고요하고

강렬한 

믿음의 빛에 몸을 떤다.

주체할 수 없는 오열을 삼키며

찬란한 비추임에

 

잔잔한 평화를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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