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 00:04ㆍ나들이
오랜만에 불알친구 둘과 함께 산에 올랐다.
한 해를 보내는 의미 있는 등산이라 이왕이면 백운대를 가자하였다.
북한산을 주로 다니지만 그 중에 주봉인 백운대를 자주 오르기는 여의치 못하다.
주말이나 휴일은 산에서도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백운대를 오른다하여도 잠시의 상념에 빠지면서 혼자만의 즐김을 얻기도 힘드니 백운대로 발길을 향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것이다.
자주 다니던 구기동길을 지나 정릉길을 택하였다.
가을단풍 오래전에 지나가니 소나무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나목이라고 외치고 있다.
수시로 지나는 차가운 겨울바람은 나뭇잎 스치는 요란한 소리대신에 맑은 소리로 내달음치는 싱싱함을 만들어 준다.
눈 없고 맹추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차가운 겨울산행의 맛을 누리다보니 한걸음에 보국문을 지나 발길이 백운대 쪽으로 향한다.
평일에다 연말전일이라 그런지 산을 오르는 이들이 드물어서 아주 편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리라싶어서인지 어느 누구도 군소리가 없다.
북한산성을 끼고 가는 바윗길을 즐기다보니 동장대, 용암문을 지나 노적봉과 만경대 사이의 고갯길에서 북한산 최고봉인 웅장한 백운대를 올려다보며 가슴을 크게 펴본다.
*백운대 왼쪽편으로 보이는 원효봉과 염초봉
*백운대
위문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숨을 가다듬고 바로 계단을 오른다.
예전에는 철재계단이 잘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 바위틈을 헤집고 기며 팔다리에 힘을 주며 어려운 구간을 통과하여야 했지만 지금은 어려운 구간이 없다.
너무 밋밋한 기분에 철재계단과 와이어로프를 벗어나 팔다리를 모두 쓰며 길 아닌 바위에 붙어 스릴을 잠시 맛보았지만 추운 날씨에 괜한 일이다 싶고, 친구들과의 보조를 맞추는 것이 옳다싶어 이내 그만두었다.
불알친구 셋이서 함께는 처음으로 백운대에 오른 것이라 모처럼 기념촬영을 했다.
정상에 오른 이들이 많지 않아 마냥 있고 싶었으나 몸이 얼어 바로 움직여야했다.
불알친구들은 백운대 정상을 처음 올라서인지 한동안 상기된 표정과 기쁜 마음이 합해져 연신 즐겁게 아이들처럼 떠들어댄다.
육십 중반을 훌쩍 넘은 노땅들도 동심과 젊은 생각들을 저 멀리 떠나보낼 수는 없는가보다.
다섯 시간 동안 산길을 다리 뻐근하게 돌아다닌 후, 아스팔트 찻길을 들어서기 전 우이동 길가의 국산콩두부간판에 이끌려 한적한 술집을 찾았다.
누룩냄새 밴 막걸리 따끈하게 데워 몸 풀며, 앞으로의 노후인생 이야기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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