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8. 17. 19:29ㆍ잡초,거름,멀칭,농약
은퇴 후에 귀촌이란 걸 염두에 두고 시골에 텃밭을 마련하고 나서는 백여 평 텃밭을 가꾸노라면 농사재미에 푹 빠져 노후에 죽을 때까지 즐길 수 있는 게 바로 텃밭 가꾸기라고 떠들며 텃밭예찬론자가 된다.
그런데 좀 지나다보면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하며 농사방법들에 관하여 눈이 떠지게 되고 나름대로 취향대로 농사방법을 선택하면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 텃밭에 농막을 만들고 텃밭생활을 하면서 텃밭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농막을 어찌 꾸미는가라는 단계로 접어들면 텃밭에서 똥오줌을 어찌 처리하느냐로 상당히 큰 고민을 하게 된다.
뒷간은 사람 똥을 그냥 버리느냐 아니면 거름으로 재활용하느냐 하는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눌 수 있지만,
뒷간의 형태는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 그냥 밭에다 배설하는 방식
이 방식이 제일 오래되고 친환경적이지만 지금 시대엔 택하기 힘든 방식이다.
화장실을 완성하기 전 내가 지금 부득이 쓰고 있는 방식으로, 넓고 아늑한 형태의 내 텃밭에서는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아 아주 좋다. 선호미 가지고 슬슬 나가 밭 흙을 파고 볼일 본 뒤 슬쩍 덮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개미와 벌레들이 아예 흔적 없이 깨끗하게 처리해준다. 열흘 정도 지나 같은 자리를 파내고 일을 봤는데도 모를 정도다. 그런데 이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텃밭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있을 수 있다 해도 일 보는 중에 벌레 조심, 주변 살핌 등으로 신경을 쓰게 되니 아마 선호할 텃밭농사꾼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품위를 지켜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
둘째 : 푸세식 뒷간
이거 만들기는 아주 쉬운데 뒤처리가 어렵다.
똥을 거름으로 쓰려 해도 퍼내어 또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골치 아픈 일거리를 다시금 요구한다. 여기 앉으면 나오던 똥도 다시 들어가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그 냄새를 잡는 방법이 매우 어렵다.
셋째 : 퉁시형 뒷간
이건 돼지를 길러야하고 기른다 해도 실천하기 어렵다. 제주도라면 몰라도.
넷째 : 잿간
이건 텃밭주인의 주관에 따라 선호될 수 있는 좋은 뒷간이지만, 농막에 딸린 뒷간 보다는 아궁이에 군불 때는 뒷마당이 큰 농가 집에서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의자나 돌받침 등을 이용하여 만들어 잿간을 개선할 수는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볼일 보고 난 뒤에 똥에 재를 덮고 굴리거나 삽질을 해야 하니 대부분이 외면하는 잿간이다.
다섯째 : 소위 친환경진공식뒷간
요새 특허 후 상품화되어 시설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주문 후 2 주 지나야한다고? 설치가격도 오픈되어있지 않고(출장설치로 꽤나 비쌀 것 같다), 설치한 사람들의 솔직후기가 제대로 검색되고 있지 않아 그 성능을 확인하여 쉽사리 내 농막에 설치하기가 어렵다.
좀 더 지켜보고 장단점을 알아봐야한다.
여섯째 : 수세식뒷간
요즈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앉는 자리가 위생적인 뒷간이다. 그런데 가설물설치 신고를 하고 농막을 텃밭에 설치하였다 하여도 정화조설치허가를 받을 수 없다. 불법으로 큰 돈 들이고 정화조를 묻고 수세식뒷간을 만들어 밭을 오염시키면서까지 텃밭을 하여야할지?
정화조를 때에 맞추어 청소를 하면 좋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화조에 넘치는 오수를 개울로 빼내고들 있다.
위생적으로 뒷간을 만들 수는 있으나 귀중한 똥을 그대로 버린다는 단점이 텃밭하는 마음을 움직이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똥과 오줌을 눌 때 누구나 본능적으로 엄청 세심하게 그리고 크게 신경을 쓴다.
아무리 뒷간이 깨끗해도 집 말고는 제대로 일을 못 보는 사람들도 많은데, 텃밭이라 해서 아무렇게나 뒷간을 만들고 시원하게 볼 일을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한지라 텃밭에 뒷간을 만드는 경우도 고려하여야 할 사항들이 꽤나 많다.
텃밭의 환경과 관련된 것으로서는
텃밭의 위치, 모양, 규모, 경사도, 오배수로설치가능여부, 텃밭인근 동내주민의 태도 등을 따져봐야 하고,
텃밭주인과 관련된 사항으로서는
농사방법과 거름사용에 관한 선호, 생태환경에 관한 관심, 주머니 사정, 주거여부, 방문객의 수효 등을 고려하여 어떤 형태의 뒷간을 만들어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하여야 한다.
내 텃밭에 적용하는 화장실에 관하여...
농막 안에 수세식변기와 욕조를 들여놨으니 일단은 수세식화장실을 내 텃밭의 뒷간로 선택한 셈이다.
예전에 농막 뒤에 설치한 수세식뒷간은 일보기가 까다로운 아내 때문에 부득이 한 것으로 그 후속처리를 친환경적으로 하기 위해 옹색한 환경에서 고안한 것이긴 하나 그 효과는 아주 좋았다고 판단된다.
공기발생기에서 공급되는 공기로 충분히 발효된 인분주는 별로 냄새도 없었으며, 고추와 무배추의 추가시비하는 거름으로 아주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었다.
산자락 밑의 사질양토에서 무농약, 무화학비료, 무제초제, 무비닐멀칭으로 별나게 장난농사를 해서인지 아니면 내 똥으로 만든 인분주가 좋아서인지는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도 내 텃밭의 고추는 서리 맞아 죽을 때까지 맛좋은 고추를 병치레 없이 계속해서 만들어냈고, 무배추의 고소한 맛은 나무람이 전혀 없었다.
나와 텃밭을 공유하고 있었던 내 친구는 결벽증이 심한 성격으로 인분주 먹는 내 고추와 상추를 절대 먹지는 않으면서도 병 없이 윤기 흐르는 내 텃밭의 고추를 흘끗거리며 쳐다보면서 부러워할 정도였었다.
사실 우리들은 그 좋은 똥과 오줌을 텃밭수준의 취미농사에서 내 똥으로 내 텃밭을 한다는 걸 단지 똥이라는 것 때문에 외면하는 우를 범하고들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은 그 좋은 내 똥을 버리고 돼지 똥과 그 근원을 알 수 없는 음식물쓰레기를 섞어 만든 퇴비를 친환경퇴비라고 부르며 사서 쓰고 있다.
좋은 똥과 오줌을 대량으로 그리고 편하게 구할 수 없는 시대라 프로농군이 똥오줌을 거름으로 쓰기는 아주 어려운 것이지만,
내 식구 먹거리를 내가 만들어 먹는다고 하면서 텃밭농사를 하는 아마농군은 가능하면 자기의 최고급 똥과 오줌을 재활용하여 텃밭을 오염시키지 않고 텃밭농사를 하면 어떨까?
그래야 제대로 된 텃밭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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