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4. 15:24ㆍ잡초,거름,멀칭,농약
장맛비에 잡초들이 텃밭을 점령하였다.
빈 밭의 쑥대는 한 길이나 되고, 고추밭과 땅콩밭은 바랭이들이 흙바닥을 기어가며 기승을 부린다.
그리고 고구마밭은 아우성소리에 덮여있고 고구마의 잎사귀가 며칠 후면 사라질 지경에 놓여있다.
삐딱하게 쓰러져 풋고추를 잔뜩 달고 있는 녀석들이 좀 있어 바로 세우고 줄을 쳐주고 두둑의 여러 가지 풀들을 대강 손보니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아무리 비 온 후의 쉬운 호미질이라 하여도 쉴 새 없는 움직임에 손가락과 종아리에 쥐날 정도다.
호미자루 쥐고 바쁘기만 하니 어쩔 수없이 예초기를 새벽에 두 시간, 저녁나절에 두 시간 돌렸다.
이틀을 진땀 빼며 예초기를 돌리고 나니 밭모양이 살아났다.
고랑의 잡초들을 베어가며 길을 만들고 나서 두둑의 잡초들을 뜯고 뽑아 눕히니 텃밭의 얼굴이 훤해졌다.
취미농사꾼의 텃밭일은 잡초 다스리기가 주된 일이다.
잡초 다스리면서 작물들의 주변을 호미질 해가며 나름대로 돌보면 농약을 치지 않아도 작물들이 병충해를 이겨가며 싱싱하게 자란다.
병해충의 피해를 잘 받는 고추도 정식간격을 크게 넓혀 통기가 잘 되게 하고 베거나 뽑은 풀로 두둑을 멀칭하면 농약 한 번 주지 않아도 그런대로 만족할 만큼 소출을 거둘 수 있다.
비 온 뒤에 호미로 긁어가며 뽑아낸 잡초들은 뿌리에 붙은 흙을 털어내고 텃밭 두둑에 깔아준다.
잡초자체의 영양가는 별로여서 거름으로서의 역할이 크지를 못하지만 잡초멀칭은 새로 자라는 잡초들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고 흙의 수분을 유지하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잡초멀칭 아래로 각종 미생물과 벌레들이 서식하게 만들어 텃밭의 흙을 보드랍게 하는 크나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텃밭의 토사유출을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요즘같이 집중호우가 빈번할 때에 특히 그 고마움을 느낀다.
프로농군들이 미워하는 잡초들을 취미농사꾼이 어루만지는 이유가 그것이다.
일주일 후면 또 다시 잡초들이 크게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날이 가면 텃밭에 있는 잡초들은 텃밭의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에 따라 취미농사꾼은 텃밭의 작물들을 거둘 때까지 몇 차례 땀을 빼야한다.
그리고는 허리둘레가 줄어드는 즐거움에 텃밭예찬을 늘어놓기도 한다.
취미농사꾼이 먹을거리를 모두 텃밭에서 얻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텃밭에서 만드는 취미농사꾼의 농작물은 몇 되지는 않아도 시장에서 사먹는 것과는 달라야 그 가치가 클 것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들과 같은 농작물을 얻을 바에야 나는 텃밭에서 잡초 때문에 땀을 빼지 않을 것이다.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 등을 이용하면 텃밭을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더 쉬운 건 귀찮은 텃밭하지 않고 모두 사먹는 것이다.
땀을 빼지 않고 얻는 소출은 땀에 밴 소출과 감히 견줄 수 없을 것이다.
텃밭농사 여섯 해를 하면서 분명한 차이를 느끼기 때문에 텃밭을 내팽개치지를 못한다.
취미농사꾼의 텃밭은 잡초들이 있음으로 해서 그 가치가 올라간다.
잡초들은 텃밭에 땅심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표상이다.
취미농사꾼들이여!
텃밭의 잡초들을 미워하지 말고 잘 어루만질 지어다!
내년에도 텃밭은 지금까지와 같이 역시 풀 천지일 것이다.
'잡초,거름,멀칭,농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환경뒷간과 인분주에 관한 접근 (0) | 2017.08.17 |
---|---|
인분주 시설 만들기 (0) | 2017.08.16 |
망초가 피는 계절 (0) | 2009.07.04 |
유박거름 냄새 때문에 (0) | 2008.09.12 |
풀은 참 예쁘지만, (0) | 2008.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