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2. 16:32ㆍ잡초,거름,멀칭,농약
지난주에 텃밭에서 귀가하면서 잘 자라고 있는 배추포기 사이에 작년에 만든 유박액비를 흠뻑 주고, 게다가 거름통에 있는 거름찌꺼기를 푸짐하게 뿌려주었다.
텃밭에서 만드는 인분주는 쿠린 냄새가 나지 않고 좀 과장하면 구수한 냄새가 나는데, 유박거름은 거름통을 열면 좀 고약한 냄새가 난다.
냄새가 없는 유박거름 만드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터라 텃밭의 인분주제조통 옆에 허리춤 높이의 고무통에 깻묵덩어리를 넣고 물을 부어놓고 몇 달 지나서 누런 물이 우러나고 냄새가 고약하면 밭에 뿌려주는 것으로 족하며 지냈다.
아래 밭의 주인 내외가 돌밭에 똥지게를 지고 왔다 갔다 하는 나를 보며 입이 씰룩거리는 것을 무시하고 배추밭 거름주기를 마치고 저녁때가 되어 귀가하였다.
그들은 제천시내에 살지만 수시로 텃밭에 와서 일하고 농막에서 자고 간다.
생업이 있어 저녁에 오고 새벽에 풀을 매고는 간다.
자식들 없는 텃밭에서 오붓하게 지내는 맛이 좋아 요즘 부쩍 텃밭에서 많이 지내는 모양이다.
그들이 맛나게 저녁을 먹으려는데 고약하게 쿠린 냄새가 산 쪽에서 내려오는 서늘한 저녁바람을 타고 돌밭에서 내려간 모양이다.
비위 약한 여자가 결국은 저녁을 먹지 못하여 함께 귀가를 했단다.
남자가 내게 직접 말을 못하고 아래쪽에 사는 촌부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텃밭에서 어슬렁거리는데 아래쪽 촌로가 놀러왔다.
놀러왔다기보다는 텃밭에서 똥냄새 좀 풍기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하러 온 것이다.
나는 똥을 밭에 뿌린 적이 없고, 인분주와 유박거름을 주었다고 설명하며 거름통들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손을 저으며 발길을 돌린다.
농촌에서 밭에 사람 똥과 오줌을 주는 걸 보지 못한다.
소나 돼지의 썩은 똥은 잘 주면서 영양가 최고인 사람의 똥은 외면한다.
돼지의 똥은 정말로 역겨운데도 사람의 똥을 더 냄새나고 더럽다고 하니 참 이상하다.
사람의 똥을 발효시키면 냄새도 별로 안 나고 거름으로도 최상급인 데, 우리나라에 수세식화장실과 정화조가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똥을 외면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의 배설물이 수세식화장실과 정화조를 통하여 온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화조가 사람의 똥을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다.
최고의 비료원료인 사람의 똥과 오줌이 비료로서 재활용되질 못하고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도시에서 생산되는 무지막지한 양의 똥과 오줌이 그대로 버려지고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다.
그 똥과 오줌이 좋은 시스템을 통하여 농업에 재사용된다면 엄청난 재화를 창출하는 것인데도 정치하는 인간들은 관심이 없고, 농사하는 사람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
텃밭에서 나의 똥과 오줌을 거름으로 주는 나는 텃밭이 있는 동네에서 야만농법으로 농사하는 이상스런 인간으로 소문이 났다.
그러한 소문은 이 번에 유박거름 냄새소동으로 더욱 퍼져나갔다.
조만간 마을 이장이 정식으로 요청을 할지도 모르겠다.
똥거름 쓰지 말라고 말이다.
난 인분주 냄새가 구수한데......참!
그리고 유박거름 냄새도 그런대로 맡을 만 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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