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대밭은 부드럽다

2008. 4. 21. 12:00잡초,거름,멀칭,농약

 텃밭을 찾은 어떤 이가 텃밭주인을 농작물학대죄로 고발하겠다고 하여 한참 웃었다. 고구마, 고추, 감자들 보다 잡초가 크게 자라 있을 때에 텃밭을 보고는 그게 농사냐고 하면서 혀를 차면서 한 말이다.

그래도 텃밭에서 나온 여러 가지 먹을거리를 맛나게 먹고는 계속 잡초와 살라고 웃으며 또 오겠단다.


 올해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텃밭이 쑥대밭이 되어간다.

밭이랑을 손대지 않았던 곳은 쑥이 지천으로 덮여있고, 고랑을 타고 번져간다.

작년에 고추와 시금치를 심었던 밭도 온통 쑥이다.

묵은 쑥은 그 뿌리도 한 자 이상이나 되어 흙 속의 기세 또한 엄청나다. 뽑아보면 쑥은 크지 않은데 뿌리는 무척 크다.

 농사하는 많은 이들이 쑥을 원수같이 여기고 제초제를 뿌려댄다.

따라서 취미로 농사하는 아마들도 대부분 밭에 난 쑥을 죽이려고 난리를 핀다.

그러나 엉터리농사를 하는 입장에선 쑥에 대해 좀 관대하다.

아니, 그보다 어찌 보면 쑥과 아주 친하게 지낸다.

쑥이 뒤덮은 텃밭을 쇠스랑으로 푹푹 찍어서 쑥을 걷어내면 아주 부드러운 흙이 기다리고 있다.

쇠스랑 뒤쪽으로 툭툭 치고 쇠갈퀴 질을 쓱쓱 하면 그 자체로 먹고 싶은 농작물파종준비는 끝이다.

경운기 없이도 이삼 백여 평 텃밭농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텃밭 이 삼백여 평에 쑥을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쑥 캐내느라 뱃살에 붙은 비개는 봄철 지나며 어느덧 사라지니 쑥을 고맙게 여길 일이다.

* 쑥으로 덮힌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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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쑥을 캐어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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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뽑힌 쑥과 잡초들이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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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가 없는 밭은 비가 오고 난 후에 대부분 흙이 굳는다. 밭 흙의 굳음, 퇴비와 흙 알갱이의 유실, 그리고 잡초의 번성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프로들이 비닐멀칭을 한다. 어렵게 농사 할 일손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비닐멀칭을 하여 잡초가 없는 밭은 농작물들이 예쁘고 깨끗하게 보이지만 엉터리농군의 눈에는 죽은 밭으로만 보인다.

잡초가 적당히 어우러진 텃밭에선 비료를 전혀 주지 않고도, 그리고 퇴비를 사서 밭에 뿌리지 않고서도  집에서 먹을 만큼의 소출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농사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잡초와 더불어 농사를 하면 그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 비닐멀칭 없이도 먹을 만큼 얻으면서 재미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몇 십 평, 아니 열 평도 못되는 텃밭을 주무르는 취미농군들은 프로농군의 흉내를 낼 이유가 없다고 본다.

흉내를 낼 바에야 허튼 땀 빼지 말고 그냥 프로의 생산물을 육신과 마음이 편하게 사서 먹는 편이 훨씬 좋다고 본다.

* 친구(텃밭 공유자)는 잡초한테 항복하고 드디어 비닐멀칭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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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초 중에서 쑥은 꽤나 유용하다.

쑥국, 쑥떡 등 먹을거리로 쓰면 좋고, 단오 전에 쑥을 베어 말려서 목욕할 때에 따뜻한 욕조에 넣으면 상쾌함을 즐길 수 있다.

텃밭에서 한 때는 쑥을 베어 발효를 시켜 밭의 거름으로도 주었으나, 지금은 그렇게 극성까지는 떨지를 않는다. 낫이나 예초기로 베어 농작물 아래 흙을 덮어주면 아주 기막히게 좋기 때문이다. 흙의 메마름을 방지하고, 벌레와 미생물이 살기 좋게 되어 텃밭을 부드럽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텃밭에 영양공급을 하는데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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