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4. 15:17ㆍ잡초,거름,멀칭,농약
장마가 지나간 뒤에 큰 비는 예상을 할 수 없는 때와 장소에 내렸다.
텃밭농사도 제대로 하지를 못하면서 농막부대시설 치장에 매달려온 몇 달을 지내고 나니,
그동안 일을 한 것은 옮긴 컨테이너농막에 붙은 헛간, 개수대, 비가림용 지붕, 비닐하우스 지붕비닐 씌우기, 농막 안 욕조와 화장실 작업이고, 더 이상 티내는 일을 하지 못했다.
제일 어려운 일로 꼽히는 것은 인분주제조시설인데, 그 걸 하려면 땅부터 파야하는 어려운 시작이 있어야한다.
장마 끝나면 시작하려 했는데 이상기후로 주간예보가 맞지 않는 비가 억수로 내리고,
비가 안 내리고 맑은 날이 며칠 있을 땐 딴 일로 텃밭에서 지내질 못해 구덩이 파는 일을 시작 못하고,
하여간 팔월 말이 다 되도록 인분주제조시설을 만들기 위해 땅파기작업을 못했었다.
예보를 보니 팔월 말이 다 되어가는 때에 비 예보가 없었고 마침 텃밭에서 일 주일 정도를 지낼 수 있어 농막 동쪽에 구덩이를 파기 시작했다.
농막에서 한 자 떨어져서 가로 2.5M, 세로 2M, 깊이 1.2M의 구덩이를 혼자 곡괭이와 삽으로 파내려니 난 영락없이 막일꾼이 되었다.
텃밭이 돌밭이라 큰 돌이 나오질 안기를 바라면서 땅을 파냈는데 정말 다행으로 큰 돌이 박혀있지 않아서 반나절 만에 구덩이를 다 파냈다.
그런데 갑자기 제천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내렸고, 겁먹은 막일꾼은 구덩이가 무너져내릴까봐 비를 몰고 오는 바람이 불어올 때 재빠르게 구덩이 둘레를 비닐로 덮었다.
밤새 쏟아져 내린 비에 빗물은 두 치 넘게 고여 있었으나 구덩이는 건재했다.
흙이 단단하고 구덩이를 판 삽질의 솜씨가 좋아서였나?
세숫대야에 바가지로 물을 퍼 담아 구덩이 밖으로 방출하는 원시적인 방법을 동원한 후에 바닥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천만다행으로 날씨가 좋아 지장을 받지 않고 오후부터 구덩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한 겨울 지나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침하현상으로 인분주통의 기울기가 달라질까봐 구덩이 바닥을 고르고 다지고, 고추지지대를 삼십 여개 바닥에 골고루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다시 다지며 수평을 맞추면서 화장실배수구와의 간격을 깔끔하게 조절하였다.
600L 물탱크 두 개를 집어넣고 모양을 보니 그럴듯하다.
당초 1톤짜리를 쓰려고 작정했었으나 난이도를 줄이기 위해 600L로 바꾸었고,
또 물탱크 세 개를 쓰려했으나 농막 옆 설치장소에 한계를 느껴 다시 또 두 개로 바꾸었다.
수세식 변기를 한번 쓸 때마다 8L내외의 똥물이 나오니 두 개의 물탱크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탱크와 화장실배수구의 연결, 물탱크 사이의 배수구연결은 혹 있을지 모르는 침하현상으로 인한 간격발생을 고려하여 구멍을 약간 크게 만들고, 실리콘 처리를 하거나 나선호스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유연성 있게 설치를 하였다.
물탱크사이의 연결호스는 내경 38mm 고압나선호스로, 냄새배출은 50mm 나선호스와 50mm PVC파이프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물탱크에 15M길이의 고압나선호스를 연결하고, 물수평을 맞춘 고랑을 파서 고압나선호스를 묻고 흙으로 덮었다.
나중에 그 끝에 150~200L크기의 물탱크를 추가로 설치하여 인분주제조시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려한다.
시설작업을 하고나서 시험가동을 하였다.
수세식변기의 물을 인분주통으로 배출시키니 아무 이상이 없다.
냄새배기관의 구경이 50mm인데 변기에서의 물 배출에 전혀 지장이 없다.
인분주발효의 필수적 장치인 기포발생기를 설치하고 가동하니 물탱크에 공기공급이 아주 시원스레 원활하다. 시간당 15분 정도 가동되게끔 타이머를 달아주었다.
혹시나 비가 많이 내려 물탱크가 땅위로 솟아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물탱크에 각기 300L의 물을 채워놓았다.
시험작동을 마친 다음엔 인분주제조시설을 예쁘게 치장하는 작업을 하였다.
가로 2M, 세로 1.5M, 높이 0.5M 크기의 평상을 만들어 붙여놓으니, 그 속에 인분주제조시설이 보이질 않는다.
냄새도 없을 것이니 모르는 사람은 기분 좋게 평상 위에 걸터앉아 맑은 공기와 더불어 농막주인이 제공하는 맛 좋은 차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농막치장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시설을 작업개시 닷새 만에 끝내고 나니 어설픈 목수, 아니 배관공, 아니 막일꾼의 온 몸이 뻐근하다. 그러나 뿌듯하다.
밤마다 서늘한 밤공기를 마시며 별 구경하면서 스트레칭을 하여서인지 걱정되었던 허리에 무리는 없었다.
텃밭에서의 칠년간의 공백이 나이 많이 들어 다시금 텃밭생활을 시작하는 데 참 어려움을 많게 하고 있다.
그래도 텃밭놀이터를 편하게, 윤기 나게, 나름대로 멋지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하려면 이 정도의 땀 흘리는 노동과 노력의 투입이 있어야하는 것 아닐까한다.
오늘 밤은 밝은 반달이 어둠을 밝히는 데도 유난히 반짝이는 별들이 많다.
요새는 별자리가 바뀌어서 북두칠성보다 카시오페아가 농막 뒤편 오른쪽에서 한껏 멋을 부리고 있다.
별밤에 피곤을 잊으나 소슬하게 불어내리는 송학산의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뜨듯하게 만들어 놓은 이부자리가 뻐근한 어깻죽지를 살포시 풀어주니 별무리 속으로 유영하는 텃밭주인은 어둠이 걷힐 때까지 평화로운 꿈을 꾼다.
'잡초,거름,멀칭,농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묵밭 (0) | 2018.04.20 |
---|---|
인분주 거름통 완성 (0) | 2018.03.19 |
친환경뒷간과 인분주에 관한 접근 (0) | 2017.08.17 |
인분주 시설 만들기 (0) | 2017.08.16 |
풀 천지 (0) | 2009.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