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밭

2018. 4. 20. 15:38잡초,거름,멀칭,농약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두어 거칠어진 밭을 묵밭이라 한다.

아무리 좋은 밭이라도 씨를 뿌리고 거두지 않으면 묵밭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밭은 한두 해를 내버려두면 잡초가 기승을 부려 밭을 점령하며, 해가 갈수록 여러 가지 잡초가 번갈아가며 밭을 개판으로 만들기도 한다.

잡초 중에서 환삼덩굴, 도깨비바늘, 바랭이, , 달맞이꽃, 명아주 등은 단기간 내에 밭을 초토화시키기도 한다.

텃밭의 잡초란 텃밭주인의 의사에 반하여 텃밭에서 자라는 놈들로서, 그 놈들을 없애고 제어하는 데 텃밭주인에게 큰 고달픔을 주는 풀들을 말한다.


 

 사실 어떤 잡초들은 텃밭의 흙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밭에서 자라는 과수까지도 뒤덮고 올라가 고사시키기도 하므로 일률적으로 밭의 잡초는 나쁜 놈들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본다.

나의 경우는 제일 고약한 잡초로서 환삼덩굴을 꼽고, 그 다음으로 나쁜 놈으로서 도깨비바늘을 싫어한다.

그 놈들은 세력이 커지면 온 밭을 뒤덮어 작물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못된 놈이면서 텃밭주인의 피부를 찌르고 긁히기도 하고 옷에 들러붙어 또 다른 괴롭힘을 주기도 하는 아주 나쁜 놈들이다.

쑥이나 바랭이는 그런대로 내 텃밭에서 웬 만큼의 자유를 누리면서 공존을 하고 있다.

제초제를 쓰지 않는 텃밭의 주인이 그 녀석들을 완전 초토화시키기도 어렵거니와 적당히 제어를 하면 내 밭의 작물에 큰 해를 입히지도 않기 때문에 그 놈들의 공존을 허락하고 있다.

 잡초들은 밭주인의 목적의 다름에 따라 좋은 놈, 나쁜 놈으로 구별이 된다.

비닐멀칭을 하지 않는 나는 잡초들이 비닐멀칭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게하는 경우도 있다.

고추밭의 잡초를 이용하여 이랑의 잡초를 예초기로 잘라내어 고추 지줏대를 아예 텃밭에 박지 않기도 한다.

프로들이 보면 한심한 농사라고 규정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아주 만족한 농사기법(?)이기도 하다.

 

 어쨌든 밭에 작물을 키우지 않고 잡초가 밭을 뒤덮고 있으면 밭은 황폐해진다.

오랫동안 텃밭을 방치하다가 이제야 어루만지니 텃밭의 몰골이 정말로 개판이다.

텃밭의 흙이 좀 좋은 농막 앞의 밭은 거의 모양이 좋은 밭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거리가 좀 떨어지고 돌이 많은 곳은 불쌍하기 짝이 없다.

몇 년 동안 우거진 잡초와 이름 모르는 나무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인 곳이 많아 텃밭주인을 향하여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아무래도 예초기를 가동하여 일차 토벌을 하고 모양을 다듬어야하겠다.

 밭이랑을 만들지는 못해도 여기저기 작게라도 잡초들을 토벌하여 올해에는 들깨를 많이 심어야겠다.

아무리 생각을 많이 해도 지금의 묵밭이 된 텃밭의 빈 공간에는 들깨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에 잡초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돌들을 골라내어 내년부터는 작은 밭들을 텃밭의 지형에 알맞게 구성하여 많이 만들어갈 예정이다.

 텃밭의 잡초들 덕분에 올해부턴 향 좋은 들기름을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