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5. 21. 19:02ㆍ잡초,거름,멀칭,농약
텃밭에 잡초들이 부지기수로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
요즈음 내리는 굵은 빗줄기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잡초들의 성장속도가 다른 때보다 더욱 빠르게 느껴진다.
지금은 애기똥풀이 한참 내 텃밭이 자기의 놀이터인양 노란색을 점점이 칠해 가고, 위에 밭의 한 쪽 구석빼기에선 현호색이 희한한 꽃모양을 뽐내고 있다.
그리고 농막 앞 밭이랑에는 쇠뜨기가 왕창 그 세력을 늘리고 있다.
셋 다 농사하는 이들이 잡초로 분류하는 풀이지만 꽃을 보면 야생화들 중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예쁨과 멋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나물이나 차의 재료로의 쓰임새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여러 가지 방면의 병 치료에 쓰임새가 있는 약초로서의 효능도 가지고 있다.
잡초가 텃밭농사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잡초의 모양과 특성에 따라서 어느 농작물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농작물에는 해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텃밭의 잡초를 관찰해보면 여러 가지로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다.
어느 풀은 작고 연약하지만 그 뿌리가 내 무릎을 넘는 깊이로 땅 속 깊게 박혀있기도 하고, 어느 녀석은 거칠고 크지만 줄기 한번 잡고 쓱 당기면 술술 뽑히기도 하며, 또 어떤 놈들은 가볍게 잡아당기면 끊어질 것 같은데 실제로는 재봉사보다 더 쎈 강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잡초들이 텃밭의 흙에서 작물들이 섭취할 영양분을 모조리 빼앗기 때문에 잡초는 모조리 없애야한다는 생각도 다시금 생각해봐야한다.
잡초가 농작물보다 크게 자라서 작물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광합성작용에 해로움이 클 것이고, 잡초가 농작물을 휘감아 농작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농사를 크게 망칠 것이다.
그러나 잡초와 농작물의 뿌리가 흙속의 양분을 빨아들이는 깊이가 서로 다를 때에는 서로 살려고 결투를 하는 경우에 해당되지를 않아 별로 문제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잡초가 텃밭의 수분을 모조리 빨아들여 농작물에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도 다시 생각해보아야한다.
고추 이랑을 덮은 잡초들이 오히려 지표를 덮음으로써 흙의 메마름이 방지되고, 여러 가지 벌레들의 서식을 도와줌으로 흙을 부드럽고 기름지게 하는 등 좋은 결과를 관찰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지난 해의 고추, 고구마, 감자 밭의 모양
내 텃밭에만 해당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잡초들과 함께 자라는 고추는 일체의 약을 뿌리지 않아도 병충해를 입는 경우가 드물고, 비가 내려도 흙 표면이 물러지고 흙이 유실되는 현상을 잡초뿌리들이 막아주어서인지 지주대를 박아서 끈으로 묶어주질 않아도 쉽게 쓰러지질 않는다. (아마 거름을 많이 안 주어서 크기가 작아서 이기도 하지만)
간단한 현상들을 보고 이해만 하여도 텃밭의 잡초는 해로움과 이로움이 함께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잡초의 특성과 농작물의 특성을 조금 더 이해하고 공부를 한다면 잡초를 텃밭에서 농사하는 데에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큰 규모로 농사를 영위하거나, 시간이 모자라고 시행착오를 겪는 것이 괴로움이 될 수 있어서 각자의 형편에 맞는 관행농법을 찾아 좀 더 쉽게 농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잡초를 예쁘게 볼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농사의 방법을 본인이 좋아하는 방식대로 하고, 그 결과를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잡초와의 공존을 텃밭농사에 활용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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