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8. 21:39ㆍ돌밭의 뜰
무궁화가 한창이니 더운 여름이 끝 무렵에 들었음을 말해준다.
텃밭을 하는 한량에게는 김장배추 파종이 늦어짐을 경고해주는 멋들어진 꽃이다.
지난번에 떨구어 놓은 속 색깔이 좋다는 배추씨가 싹을 냈지만 옮겨심기할 정도로 크지를 않아 빈 두둑 정리하여 시판 배추모종 반판을 사다가 튼실한 모종 40여개를 골라서 정식하였다.
비가 많이 내린 후라 바랭이풀이 점령한 두둑을 작은 호미낫으로 쓱쓱 걷어내며 밭을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내친김에 옥수수대를 자르고 가지런히 고랑에 밀쳐 넣고서는 무 씨앗을 떨구었다.
빈 두둑에 쪽파구근 200여개 넣었으니 올 김장꺼리 준비는 대강 한 셈이다.
토마토, 참외, 호박은 꽃을 계속 피우지만 앞으로 결실을 제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종오이, 가지, 고추는 꽃도 많이 달고 계속 열매를 키우니 앞으로도 한 달은 거두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땅콩, 고구마는 상태가 아주 좋아 기대가 크고, 들깨는 아직도 풀매기를 걸러 들기름께나 줄어들 것 같다.
돌대문에 꽃이 달리니 들고 나는데 기분이 좋아 대문을 좀 더 가꿀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깨는 계속 꽃을 피우지만 먼저 정식한 녀석들의 아래쪽 꼬투리가 벌어지기에 일부 거두었다. 세 군데 참깨 밭이지만 밭이 작아 깨소금이나 해먹을 양이고 참기름은 어림없다.
연못 옆에 심은 토란의 잎이 널찍하게 커져가니 텃밭눈요기 감이 늘었다.
종자를 심은 지 한 달 반 만에 발아된 게으른 놈들이 알맹이를 잘 달아 토란국 좀 자주 즐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
풀밭에 여름 꽃들이 아직 남아있거나 가을꽃들 중 성급한 녀석들이 얼굴을 내민다.
작물들의 꽃, 씨 뿌려 핀 꽃, 저절로 피어난 꽃들의 피고 짐이 갈바람을 불러오는 전령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