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생태연못

2022. 6. 22. 11:44돌밭의 뜰

 텃밭에 연못이 있다.

연못둘레를 한 바퀴 돌면 30여 걸음이 되고 수면이 6평쯤 되는 그런대로 큰 연못이며, 하루에 연못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어 나가는 샘물은 3톤 정도이다.

시멘트나 비닐깔개로 방수처리를 하지 않고 큰 돌과 흙으로 만든 친환경적인 연못이며,

단순하지 않게 운치를 돋우면서 모양을 내느라 연못주위에 소나무 네 그루, 주목 두 그루, 구기자, 마가렛, 백합, 백리향, 범의 귀, 마가렛, 세덤, 작약, 참나물, 취나물, 붓꽃, 앵두, 개나리, 버드나무, 백매 등의 나무와 꽃들이 자라서 심심찮게 볼거리를 보여주는 연못이다.

요즘에는 노랑어리연이 한창 만발을 해가면서 수면을 꽉 차게 덮고 있는 중이다.

텃밭연못은 원래 밭에 있던 샘물이 나오는 작은 물웅덩이를 텃밭을 손볼 때에 크게 넓혔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진 텃밭의 두 곳 샘터에서 나오는 물이 연못에 이어지도록 만들어 연못물이 사시사철 넘치도록 하였다,

텃밭연못에는 예전부터 살던 가재가 지금도 살고 있으며, 봄철에는 도롱뇽이 알을 까는 전혀 오염되지 않는 텃밭의 청정구역이다.

 

 텃밭에 연못을 만들어 놓고 희희낙락하며 즐기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부지런하게 땀 좀 흘리며 손보며 가꾸어야 자칫 삭막하기 쉬운 텃밭을 모양이 좋게 유지하며 예쁘게 치장할 수 있는 것이지, 한 달여를 방치하면서 게으름피면 바로 잡초에 뒤덮인 볼썽사나운 습지로 바뀌게 된다.

그러니 텃밭에서의 즐거움을 얻기 위하여 수시로 연못 주변의 풀을 다스리고 꽃들을 가꾸는 수고를 해야 하는 애물단지라고도 볼 것이다.

 

 그런 텃밭연못이 올 가뭄기간에는 텃밭주인을 위하여 큰일을 해주었다.

텃밭주인이 텃밭에서 지내는 동안에 메말라가는 텃밭작물들을 싱싱하게 살리기 위해 이틀마다 2~3톤 이상의 연못물을 텃밭의 고랑이 넘치도록 흠뻑 부어댔으니 말이다.

사실 텃밭주인의 농사방식은 자연 그대로 내깔기며 씨앗을 떨구며 거름도 제대로 주지 않는 엉터리농사다.

대개는 가뭄으로 텃밭이 말라도 살 놈 살고 죽을 놈 죽어라 하며 물도 주지 않으며 게으름을 피우지만 올봄 같은 가뭄에 고개를 떨구어가며 목마르다고 허덕이는 텃밭에 정식한 모종들을 인정머리 없이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텃밭에 상수도가 있긴 하지만 알량한 텃밭소출을 위해 비싼 수돗물을 하염없이 틀어놓아 텃밭의 메마름을 해결할 수는 없기에 다섯 차례나 이틀간격으로 3~4톤의 연못물을 고구마, 고추, 땅콩, 옥수수를 심은 밭의 고랑으로 충분히 공급하였다.

잡초들이 밭 흙을 피복하고 있는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어지간한 가뭄에도 죽지 않고 버티며 지내지만,

올봄가뭄 같이 지독한 메마름은 작물들이 죽지 않고 살더라도 성장과정에 큰 장애를 받게 되니 손쉬운 물 공급수단이 있는 경우 주저할 일이 아니기에 배수펌프를 연결하여 편하게 처리한 것이다.

 텃밭에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연못을 만들어 놓고 즐기는 것은 텃밭농사를 하거나 전원생활을 하는 이들에겐 어찌 보면 선망의 대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농사를 즐기는 것도 힘든 일일 수 있는 데, 더하여 연못을 즐기는 낭만을 찾는 건 더욱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그리고 어떤 연못을 만들고 어떻게 가꾸면서 즐기느냐는 연못주인의 생각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작은 연못을 소꿉장난 하듯이 아담하고 예쁘게 만들고 수돗물이나 개울물을 끌어서 공급하며 그냥 놔두고 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나처럼 산 밑의 텃밭에 자연적인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좀 큰 친환경적이고 생태적인 연못을 만들어 즐기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에는 저수지같이 큰 깊은 연못을 만들고 물고기를 키우며 낚시를 즐기는 한량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떤 연못이든 가꾸고 보살피며 때에 따라서는 변화를 주어가면서 공을 들일 때에 연못을 모양 좋게 유지하며 생각대로 즐길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냥 놀면서 편하게만 즐기는 대상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텃밭의 작은 연못이라도 연못주인이 즐기는 것에 대응하는 수고를 마땅히 감내하여야 하는 것이다.

 

 장마가 시작되니 텃밭은 온통 풀밭으로 빠르게 변화될 것이다.

내 텃밭의 연못도 연못 둘레를 바랭이들이 연못물을 휘졌고 싶어 안달하며 크게 자랄 것이다.

올봄의 길고 큰 가뭄에 일등공신으로 물을 뿜어낸 역할을 한 텃밭의 명품연못이니 텃밭에 가면 제일 먼저 깔끔하게 이발부터 해주며 다듬어야겠다.

텃밭의 연못은 정말로 눈이 즐거운 풍광을 보여주는 멋스런 녀석이며, 수시로 주인이 애쓰며 땀 흘리기를 바라기도 하는 애물단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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