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사냥

2006. 8. 26. 23:24삶의 잡동사니


 

저녁 무렵부터 비 오시는 바람에 일찌감치 저녁 먹고 시원하게 샤워하고 소설 “등대지기”를 펴 들었다.

늙은 어미 치매들어 막내아들이 같이 살기 시작할 때부터 등대에서 아들이 벼락 맞아 어미와 사투를 벌이며 등대를 지키는 장면까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단숨에 읽어버렸다.

비 오시는 바람에 텃밭 일을 뒤로 미루어 육신이 편하고 소설의 클라이맥스를 맛보고 나서인지 늦은 밤인데도 눈꺼풀이 가볍다.


개울물 소리에 밖으로 이끌려 나간다.

옛 군대시절 생각이 갑자기 나서 미소를 지어본다.

손전등을 들고 군대시절에 가재 잡던 비장의 무기로 가재를 잡아낸다.

5분여 사이에 열댓 수를 건져냈다. 조금 더 위쪽으로 가서 싹쓸이를 할까 하다가 오밤중에 낙상할까보아 그만 두었다.

고추장과 들기름으로 범벅을 하여 볶아서 먹을까?

물론 소주 몇 잔이 제격이겠지?

군침이 돈다.

그런데 벗이 없다. 혼자 무슨 청승이래? 오 밤중에 말이다.

내 곁에 가재가 우글거리는 것만으로도 내 가슴과 머리가 시원하고 맑아지는데 가재까지 먹어야 되겠니?


도루 개울에 풀어주었다.

가재야. 안녕!

재빨리 돌 틈 속으로 몸을 숨긴다.

늦은 밤에 다시 빗소리가 커지기 시작한다.

빗소리에 개울물 소리가 묻히고 내 눈은 어둠을 헤맨다.

소나기가 그치고 다시금 적막강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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