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아저씨 어서오세요
2006. 8. 27. 01:26ㆍ삶의 잡동사니
촌 동네 맨 끄트머리 산 아래 움막엔 어쩌다 내가 산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 핑계로 바쁘게 왔다 갔다 하지만 움막은 주로 비어있다.
빈 움막을 우체통이 지키고 있다.
오는 우편물이라야 고작 제천시청고지서, 전기요금통지서, 국민연금통지서.....
사람냄새 나는 펜으로 적은 편지는 하나도 없다.
그래도 우체통은 하루도 빠짐없이 움막을 지키며 목을 쭉 뻗으며 우체부아저씨를 기다리고 있다.
한달에 우편물 몇 통 먹지를 못하니 배고파서 언제나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다.
이름모를 덩굴이 우체통을 휘감고 하얀 꽃을 피웠다.
미소작전으로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올 가을에는 누가 펜글씨로 쓴 정감이 넘치는 편지를 보내려나?
우체통 혼자 있는 게 안쓰러워 오른편 단풍나무 아래 국화가 때 이르게 노란 꽃을 피웠다.
오랜만에 우체통이 호강을 한다.
하얀 꽃, 노란 꽃에 움막도 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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