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풀밭

2006. 7. 16. 02:01농사



 

지난주에 감자 캐기가 좀 이른 듯하여 조금만 캐었었다.

감자 잎을 갉아먹는 노란색에 까만 털이 난 팥알만한 벌레가 있긴 하였어도 그리 심하지 않고 감자를 갉아먹는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놔두었다.

이번에 감자밭을 보니 감자 잎이 보이질 않는다. 잡초에 둘러싸인 감자는 잎이 폭삭 온데간데없고 온통 풀 천지다.

처음 심어본 감자가 증발해버린 기분이라 눈에 쌍심지를 돋우고 호미 들고 풀 천지에 돌입하여 감자줄기를 잡아당기며 긁어댔다.

아뿔싸! 

감자가 상처를 입고 달려 나온다.

다시금 살살 호미로 줄기 걷어내고는 장갑 낀 손으로 흙을 조심조심 걷어내면서 아이 주먹만한 잘생긴 감자를 무슨 보물처럼 다루며 캐어낸다.

한포기에 7~8개의 감자가 방긋거리며 부드러운 흙 위에 나뒹군다.

고구마 캐는 것보다 재미있고 쉽다.

두 이랑을 캐어내니 온 몸이 물투성이다.

오늘 점심은 감자다.

깨끗이 씻고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약간 넣고 푸~욱 찐다.

젓가락으로 감자를 찔러본다. 감촉이 좋다.

물을 바닥에 조금만 남기고 조심스럽게 몇 분 더 찐다.

바닥이 타기 전에 불을 끄고 들여다본다.

푹 쪄진 감자가 껍질을 터트리며 유혹을 한다.

맛이 그야말로 기가 막히다.

캐어서 바로 쪄먹는 감자 맛이 이렇구나!

우유가 없다. 찐 감자와 우유를 같이 먹으면 더 맛이 좋은데....

마누라가 정성들여 싸준 총각김치를 통째로 입에 넣어 뒤풀이를 해본다.

젖은 옷 괘념치 않고 풀밭으로 돌진한다.

비 오기 전에 두 이랑만 더 캐어야겠다.

캔 감자는 컨박스 옆 차양아래 그늘에서 충분히 말린 다음 조그만 종이박스에 넣는다.

감자 맛을 아는 이에게 시집을 보낼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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