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말리기

2008. 8. 23. 12:40농사

 고추말리는 방법은 말리는 사람들 수효만큼이나 가지가지이다.

저마다 태양초를 만드는 비법들을 가지고 있으나, 예전부터 최고의 걸작품은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가 시골집을 못 떠나면서 마당에서 하루 종일 정성들여 보살피며 말린 투명하게 빨간 고추이리라.

벌레 먹은 것과 희아리가 생긴 것도 모두 골라낸 깨끗한 고추만을 선별하여 곱게 빻은 고춧가루는 할머니 최대의 자랑거리로 일년 내내 귀하게 반찬을 만든다.


 요새 어디 그런 태양초와 고춧가루 있을까?

건조기술의 발달로 고추를 숙성시키고, 적절한 온도로 찌고, 열풍이나 냉풍으로 말리는 등 방법을 동원하여 소비자가 요청하는 대로 만들어 공급을 하는 세상이다.

 고추농사 네 번을 전기요, 선풍기, 제습기 등을 동원하고, 아파트 마당에 햇볕 잘 드는 곳을 찾아다니며 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한심한 짓을 하였어도 만족스럽게 태양초를 제대로 만든 적은 없다.

텃밭에서 잘 익은 고추를 따다가 정성스레 말려도 최상품은 4할을 못 건지는 초라한 결과를 얻을 뿐이었다.


 대규모 고추농사로 공급되는 화건이나 반양건이 할머니의 손끝 정성으로 말린 진짜 태양초보다 영양학적이나 미각적으로 비교하여 못하다는 걸 증명한 연구결과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고추농사랍시고 나름대로 자연농법을 구사하며 얻은 귀한 빨간 고추는 가능하면 재래의 방법과 정성으로 말려야 영양도 풍부하고 입맛도 도는 귀한 고춧가루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고생을 하여왔다.


 올해는 고춧가루를 완전 자급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백여 포기가 넘는 고추를 심고 정성들여 가꾸고 있다.

제초제, 농약, 화학비료, 비닐멀칭 없이 잡초와 함께 키우는 고추라 생각만큼 많이 수확은 못하고 있으나, 텃밭농사 오년 차에 최대의 수확을 하여 고춧가루는 완전 자급을 할 듯하다.

 

* 잡초를 베어내기 전 고추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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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량이 많아 종전처럼 집에 가지고와서 말리는 건 매우 힘들다.

올 봄에 텃밭에 비닐하우스를 완성하였기에 일차로 시험을 해 보았다.

 

* 첫물로 말리는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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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로 고추말리는 바닥을 만들고 시중에서 파는 검은 그물망을 바닥에 깔고 잘 익은 고추를 따서 그 위에 펴 놓은 다음 흰 부직포로 덮어놓았다.

엿새 뒤에 텃밭에 가보니 비닐하우스 안에서 말린 고추가 그런대로 쓸만하다.

고추를 한 번도 뒤집어 준 적이 없었는데도 희아리도 적게 생겼고 검게 변한 것도 없었다.

일일이 손보지 않고 얻은 결과로는 만족스럽다.

일차 시험 성공으로 이 번에는 텃밭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잘 익은 고추를 두어 관 따서 말려보았다.

날씨의 변화가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으나 욕심 많은 취미농군이 택하는 방법으로는 그런대로 좋은 것 같다.

 

* 좌측은 친구가 검은 그물망으로만 깔고 덮어 시험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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