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27. 00:32ㆍ농사
일주일 만에 빨간 고추를 두 번째로 거두었다.
첫 번째보다는 좀 더 많다. 세 관이 채 안된다.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고추밭은 풀이 많아 지금도 이따금씩 낫이나 예초기로 베어내지만 일주일 사이에 키가 훌쩍 커버린다. 키 크라는 고추는 자라지 않고 풀만 신나게 자라니 더위에 땀을 쏟아내지만 담배나방으로 구멍 난 고추는 그리 많지 않고 병이 없이 싱싱하여 마음이 편하다.
작년보다 수확량이 많고 고추 말리는 요령도 늘어 잘 하면 올 김장배추는 색깔 좋은 완전 유기농 고추로 범벅을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은 부추도 좀 잘랐다.
한낮의 땡볕더위에 할 일도 없고 밖에서 일을 할 수도 없는지라 컨박스 안에서 선풍기 틀어놓고 물수건으로 고추를 하나하나 닦아내고 부추를 하나하나 다듬었다.
고추는 내 몫이라 하여도 부추까지 다듬다니....
그런 것 다듬어보니 아내의 집안 살림의 가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의 주부로서의 일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결론은 남편의 소득과 동일하다고 본다.
따라서 대통령과 영부인은 같은 소득이고, 사장과 사장부인도 같은 소득이며, 비렁뱅이 남편과 그의 부인도 같은 가치를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부부는 같이 있어서 그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니 각각의 가치도 같이 보아야할 것이다.
남자가 고추바구니 들고 아파트 공터를 찾아다니며 고추를 말릴 수도 없어 생각해 낸 것이 고추 숨을 죽인 후에 실에 꿰어 베란다 난간에 걸치는 수법이다.
굵은 바늘과 질긴 실로 고추의 꼭지를 알맞게 꿰어 한 팔정도로 길게 만들어 난간에 걸친다.
비가와도 밖으로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고 동네 아줌마나 할머니들의 요상한 눈길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
더구나 먼지도 안 묻고 깔끔하게 잘 마른다.
텃밭생활 삼년 만에 살림에도 이력이 붙었다.
삼년 더 하다가는 마누라 대신 집안 살림을 전적으로 하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