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이야기
2006. 8. 26. 20:38ㆍ농사
중학생 때의 별명이 땅콩이었다.
키가 작아 교실에서 늘 맨 앞자리나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콩알만 한 녀석이라고 해서 땅콩!
고등학교 땐 그런대로 자라서 세 번째 줄이지만 또 땅콩이다. 워낙 땅콩과 오징어를 좋아해서 용돈 좀 있으면 땅콩과 오징어를 먹었다. 그래서 땅콩이다.
올 봄에 생 땅콩을 한줌 얻어서 심어 보았다.
모래가 좀 적은 듯하여 모래를 몇 삽 뿌리는 정성을 보였고, 수시로 북 돋우고 김을 매어 보살폈다.
잘 생기지는 못했지만 조그맣고 특이한 노란 꽃을 계속 피어댄다.
처음으로 확실하게 보았다.
꽃이 피고 수정이 되고나서 자방이 자라나서 땅속으로 쭉 내리 뻗는다. 한 그루에 이십여 개씩이나 땅속으로 들어갔고 들어갈 준비를 한다.
한 그루에 몇 개의 땅콩이 열리는지 모르나 예감은 풍작이다.
콩과식물이니 쥐눈이콩과 별로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별도의 비료를 주지 않았는데도 포기가 싱싱하고 잘 퍼진 걸로 보아 알맹이도 좋을 것 같다.
마누라도 땅콩을 앉은 자리에서 몇 주먹을 먹으니 내년엔 아예 오십여 평 정도 심어야겠다.
(비익조님은 자방이 비닐멀칭도 뚫고 땅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는데 과연 그럴까? 농사박사님이 거짓말을 할 리가 없을 텐데...하여간 자방이 땅속으로 들어가 땅콩을 열리게 하는 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