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 14:14ㆍ농사
고추농사 5년차인데 올 고추농사가 그 중 최상급이다.
통상 사용하는 유기질비료인 농협퇴비를 한 포대도 뿌리지 않았는데도 땅심이 좋아진 밭에 인분주와 잡초퇴비로 적절히 영양을 공급하여서인지 현재까지는 고추작황이 엄청 양호하다.
올 초에 쑥대밭을 일구어 만든 고추이랑은 더더욱 싱싱한 고추들이 주인의 입 끝이 위로 째지도록 많이 달려있다.
잡초와 함께 살고 있는 고추포기에서 싱싱하고 큰 고추들이 달려있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어설픈 취미농군이 여느 프로농군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듯한 착각도 하게 된다.
* 풀매기 전의 고추밭, 앞 부분의 꽈리고추는 아예 보이질 않고...
* 들깻잎의 향기에 고추는 신이 난다
* 호미로 풀매기 전에 우선 예초기로 고랑의 풀을 잡는다
누가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비닐멀칭 등을 하나도 만지지 않고 이렇게 멋진 고추농사 지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며 큰소리 한번 쳐본다.
올해는 텃밭에 비닐하우스도 제대로 갖추어져있고 고추말리는 깔개와 희나리를 막아줄 덮개도 준비를 하였으니 천하제일 태양초는 맡아 놓은 당상이다!
올 김장은 엉터리자연농법 돌밭표 태양초가 책임을 질 것이다!
* 너무 많이 달려 휘~청!
농사하면서 건방진 마음을 갖는다는 건 언제라도 실수하고 농사를 망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농사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얻은 결론이다.
씨앗뿌리고 모종을 심으면서부터 소출을 얻을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텃밭의 애들을 어루만지며 돌보아야 제대로 웃을 수 있다.
지금 아무리 고추농사가 잘 되었다 하여도 예쁘게 잘 말린 고추를 집에 가지고 올 때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그리고 텃밭에서 기른 배추, 무, 쪽파들과 함께 김치를 담가 화려한 고추의 색깔과 맛을 풍김으로써 주인의 입맛에 맞는 김장작품이 나올 때에야 진정한 텃밭농사의 멋을 부리는 것이 된다고 할 것이다.
고추농사는 요즘이 이제 시작이나 마찬가지이다.
프로들은 요즘이 초비상이다.
요즈음은 무더위와 장맛비, 비구름과 강한 햇빛이 번갈아가며 프로들을 한시도 마음 놓지 못하도록 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텃밭농사라고 다를 바가 없다.
농약 없이 농사한다고 하여 노는 것이 아니다.
죽을 녀석 죽고, 살 녀석은 살아라하며 농사한다고 그냥 내버려두고 돌보지 않으면 살아남아 주인에게 먹을거리 넘겨줄 녀석은 한 녀석도 없을 것이다.
덜 익은 고추를 거두어 잘게 썰어 냉동에 넣고, 막판에 달려있는 풋고추를 거두어 절임을 하고, 누렇게 변하기 전 잎을 훑어내어 나물거리를 만들 때까지 고추에게 쏟는 정성은 프로농군이나 취미농군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방법은 다를 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