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 14:33ㆍ농사
오월 초에 호박고구마 모종 400개, 밤고구마 모종 100개를 텃밭에 심고 나니 프로농군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다 초기의 고구마 생육상태가 예상보다 좋아 텃밭에 고구마 잘 심는 방법이란 글까지 모카페에 올려 자랑을 하였었다.
7월 들어 텃밭에 장기간 가질 못하는 게으름을 부렸다.
한 번은 보름 만에 갔었고, 이 번에는 열흘 만에 텃밭에 갔다.
지난번에 고구마 밭이랑이 잡초에 덮여 있었지만 뿌리를 내린 고구마가 싱싱하게 버티고 있는지라 제아무리 잡초가 세다고 한들 싱싱하게 살아있는 고구마 어쩌랴싶어 텃밭 위쪽의 고구마이랑을 손보기를 뒤로하고 아래쪽 고추밭과 고구마밭 만을 손보고 귀가를 했던 것이다.
고구마를 둘러싸서 번성하는 잡초를 잡아주지 못한 결과는 참담할 정도다.
이번에 보니 잡초가 고구마를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데다가 새끼 메뚜기들이 우글우글 거린다.
살살 잡초를 캐어내고 보니 고구마는 한 달 전의 크기 그대로이다. 아니 그나마 그대로 있는 고구마는 몇 녀석 되지 않고 대부분 흔적이 없이 사라지거나 고구마 잎이 먹히고 있는 중이다.
고구마 잎을 먹어대는 해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구멍이 숭숭 뚫리고 죽어가는 것인지 참! 아무래도 새끼 메뚜기들이 햇볕을 받지 못하여 연해진 고구마 잎을 맛있게 먹는가보다.
비가 내리는 중에 예초기로 고랑의 풀을 잘라내고는 호미를 쥐고 두둑의 잡풀들을 조심스레 뽑아내본다.
위쪽 밭에 심은 고구마 400포기 중 100여 포기만 건졌다.
왼쪽의 흑임자도 풀에 덮히기 직전,
예초기로 고랑을 우선 정리하고... (흑임자는 모두 김을 매주었다)
살아있는 녀석들도 세력이 좋지 못하여 일주일 후에 다시 고구마 주위의 풀을 제압하였다.
뒤 늦게 돌봐준 고구마가 다시금 생기를 보이고 있다.
잡초를 뽑아내는 와중에 고구마도 같이 뽑아내는 실수를 범 하여는데 그 작은 포기에 반치도 못되는 고구마를 몇 개 달고 있다. 아마도 메뚜기 등쌀에 자라지 못하고 죽어가던 고구마도 열매를 맺어 종족을 보존하느라 애를 썼던 모양이다.
풀 뽑고 작물 어루만지는 것이 농사의 기본인 데 밭을 내팽겨 두고 잡초가 번성케 하였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취미농군인가?
게으름 때문에 복더위에 땀 몇 바가지씩 흘리고 농사는 농사대로 망쳤으니 누구에게 나 농사 진다고 말 할 수도 없게 생겼다.
텃밭 한 귀퉁이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들깨모종으로 텅 빈 고구마 이랑을 드문드문 장식을 하니 허전한 마음이 좀 나아졌다.
그래도 주인의 손길을 좀 더 받은 고구마이랑이 몇 개 있어 남의 고구마를 사먹는 일은 없을 듯하다.
고구마농사 생각대로 되었으면 장터에서 한번 비싸게 팔아볼까 했었는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