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19. 10:22ㆍ나들이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동서부부와 넷이서 7시간의 서울나들이를 하였다.
가을의 문턱에서 시간의 흐름과 예술적 감각을 일깨우는 감상과 혼란스럽던 생활에서의 안정을 찾는 시간을 한꺼번에 껴안았던 소중한 나들이였다.
덕수궁에서는 가을 색으로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찾으면서, 그리고 장욱진화백의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니르바나의 세계로 들어가며 먹물을 여백에 찍어댄 그림에 나름대로 제멋대로 감탄도 하면서 세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혼란스러운 모양을 보이며 예전의 번화로움을 되찾아가는 명동거리를 오랜만에 걸으면서 예전의 낭만을 떠올리려 애를 써보았지만, 그러해야 할 가치도 없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더 돌아다님을 포기하고는 바로 명동성당구역으로 들어갔다.
명동성당의 초입이 지하화한 공간을 갖춘 변화에 감탄을 하였지만 그 또한 좋게만 보이지가 않았다.
어쩌랴! 시대의 흐름에 따라 편하고 효율적인 공간이용으로 바뀌어가야 하는 것이 세상이니!
성당초입과 성당 뒤편의 성모상을 찾아 잠깐의 묵상을 하고는 빈 벤치를 찾아서는 동서지간, 자매지간의 대화의 시간을 나이 들어감에 따른 인생이야기로 채웠다.
명동교자로 가서 예전의 칼칼하고 담백함을 기대하고 저녁을 간단하게 칼국수와 만두로 먹었으나 넷이 모두 크게 실망을 하였다.
최근의 명동교자를 찾는 손님이 중국인과 동남아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가?
중국인과 동남아인들의 입맛에 맞는 맛으로 변질이 되었다.
다시 명동성당으로 올라가서 저녁미사를 보았다.
주교좌성당에서의 미사라는 느낌이 신앙의 깊이나 미사참여의 감동을 가늠케 하는 것이 아니겠으나 이따금씩 눈 끝을 적시는 걸 알아차리고는 요즘의 일탈하는 마음과 정진하지 못하는 게으름을 끄집어내며 매를 들었다.
오래 걸으면서 느끼는 피곤함도 없이 어둠이 깔리는 명동거리의 어수선한 길거리먹거리들을 신기하게 구경하면서 발걸음도 가벼이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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