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과 배추농사

2021. 8. 7. 22:16삶의 잡동사니

 텃밭의 북쪽경계에 따라 무궁화나무가 20여 미터 쯤 심어져 있다.

남쪽경계 30여 미터 길이에 개나리를 심고 나서 북쪽에는 무얼 심을까 생각하다가 이왕이면 우리나라 국화를 심는 것이 울타리로도 어울릴 것 같고 꽃도 장기간을 즐겨 볼 수 있기에 무궁화를 선택한 것이다.

경계선의 변동으로 무궁화나무가 이사하는 고통을 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아 건강하게 좋은 상태를 유지하며 칠월 중순부터 계속하여 꽃을 피우고 있다.

무궁화 꽃은 홍단심과 백단심으로 홍단심 계열의 나무에 꽃이 더 많이 달리고 있다.

무궁화는 병충해에도 강하여 심어 놓고는 약제나 비료를 아예 준 적이 없는데도 건강하게 잘 자란다.

 무궁화는 칠월부터 세 달여를 오랜 동안을 꽃을 피우니 꽃을 즐길 수 있는 기간이 길어 좋다.

무궁화는 꽃을 피우면서 배추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부지런한 농부는 무궁화꽃이 피기 시작하는 때에 김장용 배추씨앗을 밭에 직파하였으나, 요즘에는 대부분 모종으로

만들거나 사서 밭에 정식을 하다 보니 무궁화꽃과 배추씨앗파종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텃밭의 무궁화는 진딧물이 전혀 없고, 미국매미유충이나 여러 벌레들이 잎을 갉아 먹어도 꿋꿋하게 꽃을 비우며 병들어 죽은 녀석이 없는 신통한 무궁화이다.

지금 한창 꽃이 만발을 하며 더위에 지친 텃밭에 꾸준히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기특한 무궁화가 종일 내리는 빗속에서도 꽃을 한창 피우는 것을 멍때리며 바라보다가 배추씨앗 파종시기가 벌써 지나갔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씨앗 상자를 찾아보았다.

김장배추용 씨앗을 직파하기는 이미 실기한 지라 포기하고, 서울배추씨앗을 만지작거리며 궁리를 한다.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서 폭염에 나자빠진 농막 아래 상추와 잡초를 모두 뽑아내고 밭을 만들었다.

배추씨앗을 떨구니 또 비가 내린다.

땀에 비에 젖은 옷을 벗고 휴식을 취하다가 비가 그친 틈을 이용해 잡초를 두 삼태기 베어 작두로 잘게 썰어 배추씨 떨군 여섯 개의 작은 두둑에 푸짐하게 덮은 다음 고랑에는 뽑아낸 잡초를 깔아주었다.

자연피복작업을 마치고 나니 또 비가 내린다.

비하고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작은 겉절이용 서울배추밭 하나 만드는 데에 땀 두 바가지나 흘렸다.

오늘은 비 내리지 않는 막간을 이용하여 새벽들깨놀이와 오후 배추파종놀이를 하느라 옷을 네 번 갈아입었다.

어쩌다 삼복더위에 요런 땀나는 놀이도 할 줄 알아야 밭에서 흙 만지는 즐거움을 알 터이다!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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