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1. 18:26ㆍ삶의 잡동사니
칠월 말과 팔월 초에 걸쳐서 정식한 600여 들깨모종이 반쯤 죽었다.
죽은 것을 살펴보니 뿌리가 제대로 내리질 못 하였고 흙도 메말라있다.
모종을 심고 나서 소나기를 포함한 비가 여러 차례 와서 올핸 들깨잔치를 한 판 벌려 볼까하고 김칫국을 미리 마셨는데 아무래도 작년보다도 못할 것이다.
농막개수대 앞쪽으로 토마토를 여덟 놈 심었는데 잘 자라며 꽃을 피우던 여섯이 말라 죽었고 살아있는 두 놈도 방울토마토 두 대접 따게 하고는 비실거린다.
마땅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시장에 들러 가시오이 모종 셋을 사다가 죽어가는 토마토를 캐내고 심었다.
토마토가 왜 죽었을까?
잎이 말러가는 모양새가 병든 것도 아니고, 캐낸 뿌리를 살펴보니 애벌레가 파먹은 흔적도 없다.
그런데 토마토를 심은 곳에 쥐구멍이 있고 흙이 말라있다.
마른 흙에 쥐구멍까지 뚫려있으니 토마토가 수분흡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죽었다고 판단된다.
이웃의 프로농군은 들깨모종 1,600여개를 옥수수를 수확하면서 비닐멀칭을 한 두둑에 정식했는데 전멸하여 뒤늦게 비싼 모종을 구하여 다시 정식을 하여 본전 찾기가 어렵다고 푸념이다.
아무래도 작물의 고사는 가뭄으로 인한 것이 의외로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가 내려도 한꺼번에 많은 비 보다는 촉촉하게 장시간에 걸쳐 내리는 비가 밭의 땅속까지 적시게 되니 농사에 좋을 것이다.
어제 배추모종 한 판(75개)을 정식했다.
잡초를 거두고 밭을 고르다 보니 한 삽 깊이의 흙이 메말라 있다.
한 삽 깊이로 흙을 뒤집고 물을 몇 차례 흠뻑 주어 깊은 데에도 물이 스며들게 한 후에 밭을 고르고 배추모종을 심었다.
그리고는 거두었던 잡초검불로 배추모종 주위를 멀칭을 해 주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도 뿌리가 활착될 때까지 밭이 빠르게 메마르지 않게 하면서 밭 흙을 건강하게 만드는 미생물과 벌레들이 작물하고 공생하게 만드는데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다.
올해는 아내의 요구에 따라 적당량의 농협판매 유기질가축분퇴비를 시비하였으니 김장배추의 크기가 작년 보다는 훨씬 크리라고 예상한다.
요새 일기예보는 시시각각으로 달라진다.
기상이변이 많아서 예보하기도 그 만큼 어려울 것이라고 보겠지만 예보의 신뢰수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오늘 오후 세시에 비가 온다더니 맑은 하늘이 곳곳에 보인다.
네 시에 예초기 둘러메고 들깨밭 잡초를 손보려 나갔더니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비가 내린다.
다시 농막에 들어와 쉬다가 밖을 보니 비가 그쳐가고 구름이 옅어지기에 다시 예초기를 가동하고 출동하니 좀 지나서 또 비가 지나간다.
비에 희롱당하기 싫어 옷 갈아입고 아예 침상에 누워 인터넷탐색을 했다.
인근의 촌로가 익은 고추 따느라 애를 쓰며 땀을 흘리기에 일꾼을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는데, 그러고 싶어도 하질 못한단다.
할머니급 일꾼도 일당 십 만원이니 일꾼이 따낸 홍고추를 씻어서 건조기로 쪄내고, 날 좋을 땐 마당에서 말리고, 그렇지 못할 때는 비닐하우스 안에서 정성들여 말리고, 잘못된 것 골라내고 상품으로 팔아봤자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다.
농사도 규모가 있어야 기계화하고, 동남아일꾼 들이고, 인터넷장터 운영하여 돈 좀 만지지 어설픈 농사로는 인건비 빼먹기도 쉽지 않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내 아는 후배가 욕심 내리고 귀농을 하여 유기농을 하면서 마음은 편히 살아보겠다고 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유기농을 포기하고 밭떼기는 그야말로 텃밭수준으로 만들고 철따라 틈틈이 주변의 농사일꾼으로 활동하며 생활비를 벌어서 생활을 한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다.
(21`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