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7. 22:04ㆍ삶의 잡동사니
연일 폭염이다.
코로나환자발생의 증가와 맞물려 일상을 이상스럽게 만들고 텃밭농막에서의 생활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열이틀 간을 비웠던 텃밭은 그야말로 잡초천국이다.
밭의 잡초를 적당하게 제어해주기를 잠시 미루다가 바빠진 일정으로 귀가를 하였고, 텃밭 행을 하루 이틀 미루다가 보니 거의 2주일을 주인의 손길을 받지 못한 작물들은 잡초에 묻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잡초는 확실히 더위를 먹고 힘차게 크는가보다.
허리춤을 넘게 자란 잡초들은 작물들을 제압하고는 햇볕을 독식하면서 즐기고 있고, 넓은 밭을 억센 줄기와 잎으로 물결을 만들며 휘 젖고 있는 모양이 가히 일품이다.
연일 무더위가 계속되고 비는 내리지 않으니 텃밭의 기온은 기상청날씨발표의 기온보다 언제나 2~3도 높다.
농막에 붙은 데크의 그늘에서의 기온이 그러니 밭에 나가면 체감온도는 그 보다 또 4~5도 높을 것이니 요즘의 날씨로 기상청이 폭염경보를 내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농막에서는 1점심때가 되어서야 에어컨을 29도로 설정하고 가동하며 벽걸이선풍기를 약 바람으로 돌리며 지낸다.
텃밭의 고도가 330M 쯤 되고, 송학산의 밤기운이 해가지면 슬슬 내려와서인지 열대야가 전혀 없어 에어컨 끄고도 쾌적하게 잠을 잘 수있어 다행이다.
잡초텃밭을 바라보고 한숨만 쉴 수는 없다.
요즘은 텃밭에서의 땀내는 일은 새벽과 해질 무렵 각각 두어 시간씩 길어야 네다섯 시간 남짓 한다.
예초기 날을 새로 바꾸어 고랑을 따라 잡초를 베어내며 길을 내면 땅콩, 고추, 고구마들이 두둑에 살짝 보인다.
잡초에 휘둘린 작물들이 살았다는 듯이 휴~우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을 보며 부지런히 고랑의 풀을 최대한 밑동까지 베어내는 작업을 한 시간 반 내외를 계속한다.
고랑의 풀을 베고 나면 낫으로 작물들 줄기를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잡초를 베어내고, 베어낸 잡초로 작물 아래를 덮어준다.
보통은 예초기로 작물들 아래의 풀을 베어내지만 잡초가 극성을 부린 다음에는 낫을 동원하여야 한다.
해뜨기 전 새벽시간을 틈타서 일을 하여도 얼굴에서 부터 흐르는 땀이 장화 속의 양말까지 흥건하게 적시게 되니 그 쯤 되면 수분보충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쉬지 않을 수 없다.
더위에 땀 흘리는 것은 더위를 이기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덥다고 운동하지 않으면 땀 흘리지 않고 몸 편히 지내지만 점점 무기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생스럽게, 무리하면서 과하게 땀을 흘리면 몸이 축나니 땀 흘리는 정도는 나이와 체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즐거운 상태에서 땀을 흘리면 땀 뒤의 쾌감이 당연히 뒤따르게 되니 텃밭일도 즐기며 할 일이다.
주인의 손길을 받은 텃밭의 작물들이 심호흡을 하며 생기를 뿜어내는 모양을 바라보며 밭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맛은 텃밭을 즐기는 이들 이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생명, 보살핌, 보답, 신기함, 여유, 순수, 만족, 즐김 등과 관련된 생각들은 즐겁게 빼낸 땀과 느끼는 행복 뒤에야 진정 찾아오는 것들이아닐까 한다.
(‘2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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