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쨈 만들기

2021. 6. 18. 18:28삶의 잡동사니

 코로나백신을 맞은 지 나흘 지났다

가벼운 감기증상 외엔 없다.

텃밭을 떠난 지 일주일이라 온통 풀밭으로 변했을 터이니 풀도 좀 잡아 주리라하고 텃밭을 향했다.

오후 6시에 도착해보니 늦게 자라는 고추들이 잡초에 둘러싸여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손을 흔든다.

오늘이야 어쩔 수 없고, 내일도 늦지는 않으리라.

 

 느긋하게 짐 풀어 정리하고 간단히 텃밭을 둘러본다.

상추는 한창 자라니 탐스럽게 큰 모양이 맛난 된장과 놀기를 바라고 있고,

부추는 일주일 사이에 수확해도 좋을 만큼이나 자란 모양이 인분주 거름과 적절하게 내린 비의 은혜를 입은 바 분명하다.

마늘과 양파는 수확해주기를 기다리는 눈치이며, 감자는 하지감자 뽐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잎줄기가 튼실한 모양새이다.

 

 딸기는 어떤가하고 무성한 잎을 들쳐보니 농익은 놈들이 짙은 향을 뿜어내며 먹어 달라 울고있다.

많은 딸기들이 벌레들에게 먹힌 모양이고, 따다보면 뭉그러지며 붉은 피를 흘리며 주인을 책망한다.

그동안 주인에게 바칠 딸기를 넷중 셋은 벌레와 밭 흙에 바치고 주인에게 큰 칭찬도 받지를 못했으니 성질이 날 만도 하리라.

어쨌거나 웅크리고 잎을 헤치며 조심스레 먹을 만한 딸기들을 거두고 보니 끝물이라 그런지 숫자는 많은데 양은 한 됫박이 못된다.

조심스레 씻어도 달고 붉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주인을 째려보니 세 번만 겨우 씻어내고 망가질까봐 조심스레 꼭지를 따내고 보니 그냥은 맘 편히 도저히 못 먹겠다.

에라 모르겠다며 설탕 몇 주걱 퍼붓고 대강 으깨니 딸기국물이 냄비를 넘칠 기세로 쭉쭉 흘러나오며 진한 향을 왕창 뿜어낸다.

 이왕 시작한 거 어쩌랴!

아내가 엊그제 텃밭딸기로 쨈을 만드는 걸 곁눈질하며 익힌대로 끓이고, 저으면서 졸이고, 수분이 줄어들면서 중불에서 계속 저어주고,

바닥에 설탕이 눌어붙지 않게 조심스레 저어주면서 시간을 보냈다.

식은 다음에 유리병에 담아보니 한 가득이다!

예쁜 유리병은 겨우 내 주먹만 한 크기!

냄비에 붙은 쨈을 수저로 아무리 긁어봤자 그대로 붙어있다.

실리콘주걱이 필요한 순간이 있구나!

  농막에 살림살이를 줄이며 간단소박하게 지내겠다고 하였는데 그런 요상한 거 사다놓을 순 없지?

(202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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