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6. 16. 12:40ㆍ땅
우리는 누구나 시골인심에 대하여 막연하게 좋다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삭막한 도회지에 비추어보면 말할 필요가 없지요.
제가 땅을 구입하고 시골 동내를 드나들 때, 그래도 지방도로에서 밭에 까지 가는 길에 있는 네 채의 집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마을 이장님 정도는 신고를 해야지 하며 아는 체를 하였고, 몇몇 젊은이들과 이장님과는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도 여러차례 했지요.
모두들 언제 집을 짓느냐, 집은 산등성이 너머 별장지은 것처럼 지을 꺼냐, 왜 아직 공사를 안하느냐, 누가 집 짓는 데 방해를 하는 건 아니냐 하며 많은 관심을 보이며 편안히 대해주더군요.
어떤 때는 하루종일 밭일을 하거나 주변을 어슬렁거려도 만나는 이 하나 없어, 아! 이게 시골이구나 하며 잠결같은 생활에서 깨면서 사람을 그리워할 때도 있지요.
아랫 집 할머니가 쥐어주는 작은 토종닭알의 고소함에 취하여 누렁이의 집을 번듯하게 만들어 주었고,그에따라 속 노란 호박고구마가 겨울을 지내고 제 입으로 아삭아삭거리며 들어왔습니다.
밭공사(엄밀히 말하면 내 땅고르기와 땅 찾기, 측량을 해보니 남의 땅 먹은 곳과 남의 땅이 된 곳이 있어 100여평 이상의 차이가 나고 모양도 많이 틀려진 상태였음)를 할 때의 일 입니다.
남의 논이 두길 이상 아래에 있고. 60여 미터에 이르는 경계를 세멘트 옹벽으로 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들어 밭에 널려있는 그 비싼 큰 돌(1~4톤)로 쌓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식이나 민법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계선을 한뼘도 침범하지 말라는 요구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요. 담이나 축대는 경계선이 중앙에 오도록 쌓는 것인 데 경계선밖으로 절대로 나오지 말라?
생각해 보면 아랫 논 주인은 앉아서 토지의 가치를 높이는 득을 얻는 데, 나는 비용을 대고 땅의 면적도 못 찾게 되니 화가납니다(큰 돌로 2단,3단을 쌓을 때 아랫 돌과 윗 돌의 간격이 한 팔이 넘게 되므로 1.8*60*0.3025=33 와! 33평이 날라간다).
공사중 다투면 득 볼 거 없을 터인즉, 냉정히 생각해 보고 이의를 제기하는 땅 주인의 요구대로 응하였습니다.
어차피 내가 필요에 의하여 쌓는 축대이고, 나의 기준으로 하면 그 사람 논이 현상보다 작아지고 농토 손해를 보는 쪽은 그 사람이니 내가 싸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건 시골의 관습이 일반적인 상식이나 법률보다 우선하니 내가 지자고 결론을 낸 것이죠.
그리고 나중에 필요하면 그 비싼 돌을 내 마음대로 캐어내서 사용하거나(저의 소유이므로), 경계선 윗 쪽으로 데크를 만들면 더 운치 있을 꺼야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시골에 가면 시골사람이 되어야 하고 , 시골사람과 같이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만사가 좋을 것이라 봅니다.
특히 완고한 노인들과 다투어서는 결과적으로 손해는 도시인이 손해를 봅니다. 제가 아는 어떤이는 법률적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도 시골 노인으로부터 물리적인 방해(공사방해:여러가지 방법으로)를 받아 결국 이 를 극복하지 못하고 땅을 되팔아 버렸습니다.
나의 기준을 시골에 맞추고, 내가 좀 더 베푸는 자리를 갖자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골의 인심은 아직 무조건 도시보다 좋습니다.
그리고 내가 시골사람이 될 때는 더욱 환상적인 시골인심에 둘러싸여 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생각에 변함이 없도록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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