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사는 이야기

2007. 12. 26. 13:12

 얼마 전에 텃밭에서 금 배추를 거두는데 까만 대형 승용차가 올라왔다.

한 사람이 내리면서 텃밭을 휘 둘러보더니 내가 주인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이 사람이 나보고 내 텃밭의 아래 밭(지적도상 맹지로 내가 그 밭의 7~8평을 내 텃밭의 진입로로 사용하고 있음. 500여 평)을 사라고 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얼마면 사겠냐고 되묻는다.

웃기는 사람이다. 내가 아래 밭의 주인을 만난적도 있고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아는 정도인데 이 사람이 그 밭의 주인 되는 양 행동하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슬슬 장난질을 하고 싶어진다.

어쨌든 이야기 끝에 매매가격의 폭이 천여만 원대로 좁혀진다. 나중에 가격흥정을 잘 해보고 결과를 알려 달라했더니, 며칠 뒤에 몇 백만 원 낮추어주겠다고 한다.

이야기 끝에 이 사람이 공인중개사 수수료만으로 거래알선이 되겠느냐하며 자기도 좀 챙길 고물을 달라한다.

웃기는 일이다. 그 말을 듣고 흥정은 끝이 났다.

지금 가지고 있는 텃밭도 너무 넓어 힘들어 고생인데 굳이 땅을 더 넓힐 이유도 없다.


 10여일이 지나 그 사람이 또 전화를 한다.

땅이 매매되어 측량을 할 것이니 와서 보라는 것이다.

내 땅을 사고 경계석을 쌓을 때에 내 밭은 이미 경계측량을 한 지라, 그 밭의 측량에 내가 관심을 보일 이유도 없어 시간이 나면 가 보겠다고 하고 가지를 않았다.

 그리고 나서 다른 사람이 전화를 해댄다.

내가 자기 땅을 두 군데나 침범을 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면적이 10평도 넘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래 밭의 일부인 7~8평 쯤을 진입로로 쓰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경계점 하나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계속 시끄럽게 굴어, 지금의 진입로를 쓰지 못하게 하면 내가 이미 영구지역권으로 확보해 둔 옆 밭쪽으로 길을 새로 낼 것이고, 문제된 경계점 하나는 나중에 측량을 다시 하여 분쟁을 없애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였다.

가만히 있는 땅이 뭐 어디 움직이겠는가?


 얼마 뒤에 텃밭에 가서 있는데 한 사람이 농막에 와서 인사를 한다. 아래 밭을 산 사람이다. 기세가 등등한 건 어디 팔았는지 매우 고분고분하고 상냥스럽다. 먼저 전화로 따지던 태도가 전혀 아니다. 이제야 제 분수를 알았나보다.

 땅을 살 때에 먼저 나하고 이야기했었던 공인중개사에게 홀딱 넘어가서 맹지를 덜컥 산 것이다. 그 텃밭의 남쪽에 있는 구거를 통하여 길을 쉽게 낼 수 있다는 말을 그대로 믿은 것이다. 그리고  땅을 사고 나서 바로 포클레인과 불도저를 동원하여 밭을 고르면서 길을 내려고 하였지만 즉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새 길을 내려면 그 밭의 남쪽 구거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 소유의 대지를 15평 정도를 사용하여야 하는 데, 그 대지 주인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비싼 땅을 내 주겠는가?

그리고 구거를 옹색하게 밀어 쓰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구거는 국가소유이고, 사실상 구거를 임의로 사용하는 경우도 그 구거부분의 바로 옆 땅의 소유자나 할 수 있는 일이니, 새로 땅을 사고 기계를 들여와 난리법석을 피우던 그 사람 어깨가 축 쳐지게 되었다.

 나보고 제 땅 10여 평 침범했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 내 땅(진입로인 私道) 40여 평을 통해야만 제 땅으로 출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태도가 싹 바뀐 것이다.

 

 그 사람 요즘 농막으로 쓸 컨테이너박스를 새로 놓고 내부를 꾸미느라 재미가 쏠쏠하다.

부부가 함께 와서 콧노래를 부르며, 이따금 큰 웃음소리도 한적한 골짜기에 쏟아놓는다.

그 사람들도 나처럼 재미삼아 농사를 지을 것이라 한다.

그들 부부의 행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좋은 이웃으로 서로 재미나게 지내기를 기대한다.


 << 땅을 살 때에 주의 할 점 몇 가지 >>


* 반드시 지적도, 도시계획확인원, 등기부등본을 살피고 현황조사를 철저히 한다.

* 맹지를 살 경우 진입로 대책을 면밀히 세운다.

  (현황, 인근 땅 소유자의 협력 등)

* 주택 신축을 할 경우 행정상, 사실상 장애가 없는지 확실한 검토를 한다. 

  (예 : 위 이야기에서, 땅을 산 사람은 반드시 나의 토지사용승낙이 있어야 함. 그 경우

   나는 승낙을 할 때에 내가 지역권을 취득할 때에 지불했던 돈의 일부를 받을 것임)

* 토지매매를 중개하는 사람들의(공인중개사, 중개인, 현지인 등) 말을 그대로 믿으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사기 수준의 알선행위가 없었다면 어찌 해결할 방법이 없다.

  공인중개사사로부터 보상받는(보험) 경우는 매우 드믄 일이다.

  사고자 하는 땅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다면 반드시 스스로 확인하고,

  행정이나 법률관계를 잘 아는 이에게 물어서 해결방법을 찾은 뒤에 구입하여야 한다.

* 맹지는 극히 조심해야 하지만 잘 살피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요즘 맹지 아닌 좋은 땅은 시골에도 거의 없다. 있다하여도 그 경우엔 엄청 비싸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땅은 누구에게도 차례가 쉽게 가기가 어렵다.

  맹지를 주도면밀하게 사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한 방법이니 맹지도 눈길을 줄 만

  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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