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과 풍수지리

2008. 6. 16. 00:43

 귀농귀촌을 하려면 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땅을 사든 빌리든 땅이 있어야하고 그 땅이 좋아야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땅의 좋고 나쁨에 관하여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그 판단을 하게 되고, 본인이 땅에 관한 결정하기 전에 풍수지리지식을 갖춘 이에게 의견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전문 풍수쟁이한테 돈을 주어 가면서까지 감정을 의뢰하기도 하며, 풍수쟁이가 좋지 않은 땅이라고 하면 그렇게 못 사서 안달이 났던 땅이라도 가차 없이 내동댕이쳐 버리는 경우도 많다.

 땅을 사는 것은 그 규모의 대소와 가격의 고저에 불문하고 대단히 중요하고 큰 일이다.

부동산 투기(투자)를 하는 사람 말고 평범한 사람들이 일생에 몇 번이나 땅을 사겠는가?  

몇 번 되지 않을 것이며, 전 재산을 투입해서 땅을 사는 경우도 많기에 엄청 생각을 많이 하고 그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묻는 등 당연히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나는 풍수쟁이가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산과 들을 다니며 지형을 관심을 갖고 보아왔고 풍수에 관한 책들을 보아 온 관계로 아마 아마추어풍수꾼에 든다고는 할 수 있다.

고로, 풍수에 관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고, 최근에 땅을 처음으로 살 때에도 풍수를 그런대로 읊은 후에 좀 마음 편하게 샀다.


 제대로 된 풍수지식에 비춰보아 최고명당임에 틀림없고, 그리고 소위 풍수쟁이들이 최고명당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땅을 차지한다 해도, 그 땅을 차지한 자가 풍수쟁이 말대로 바라는 대로 부자가 되고, 대통령이 되고, 행복하게 오래 살고, 자손이 번성하고, 그 자손이 정승판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보아 오지 않았는가?

과거에 대통령을 지낸 이들이 풍수쟁이의 의견을 사서 조상의 묘와 가택을 명당으로 옮기고 풍수에 맞는 시설을 하는 등의 요란을 떨었는데도 그와 그 자손이 형무소에 가지를 않나, 만인의 지탄을 받는 못된 인간으로 분류되지를 않나 하는 것들을 말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위에 있는 이들이 당대 최고의 풍수쟁이를 불러 최상의 결과를 내게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제일 좋은 명당자리를 묏자리와 집 자리로 차지하여 최상의 기를 받았는데도 그 결과가 그 모양이 아닌가?

즉, 풍수지리설대로 모든 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 맞는다면 당대 최고수인 풍수쟁이의 눈이 삐어서 땅을 잘못 찾았던지 아니면 묘와 집의 향을 정할 때 패철이 고장 나서 좌향이 잘못 잡혔든지 하여간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서야 그러한 망측한 결과가 나오겠는가? 

풍수쟁이 말이 정말로 맞는다면 최고의 명당을 차지한 자가 나중에 지저분하고 지탄을 받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청빈하고 올바른 국가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풍수지리를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은 풍수지리를 제대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가 되려고, 출세를 하려고, 오래 살려고, 자손의 번성을 위하여 명당 터를 찾는 이기적 속신에 빠져 오직 자신과 자손의 번영을 구하는 미신적인 풍수는 진정한 풍수가 아니며, 그러한 풍수를 믿는 이에게는 사기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달려들게 된다.

풍수나 역술이나 관상 등 천기, 인기, 지기에 해당되는 것들을 상호 관련성과 그에 뒤 따르는 윤리성을 배제하고 오직 자신만을 위하여 독점하려는 것은 큰 잘못이다.


 내가 풍수쟁이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풍수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선친이 영원히 잠들 묏자리를 쓰거나, 살고 싶은 땅 위에 집을 지을 땐 어떻게 하여야 할지 막막하다.

이럴 때 풍수를 읊는 이에게 자문을 구하여 이왕이면 덕담까지 들어가며 기분 좋게 자리를 만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고 좋겠는가?


 우리, 귀농귀촌을 하는 사람들에겐 어떤 땅이 좋을까?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땅은 나쁜 땅이 아니고 좋은 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어느 땅이나 나쁜 점과 좋은 점을 부분적으로나마 다 가지고 있다.

모두 좋은 땅은 없으며, 혹 있다 해도 어찌 나에게만 오겠는가?


 땅이 기가 막히게 좋아도 가격이 비싸 부담이 되면 이미 좋은 땅이 아니다.

귀농귀촌을 하는 이가 어떤 목적을 갖고 하느냐에 따라 갑에게 나쁜 땅이 을에게 좋은 땅이 될 수 있으며, 버려진 땅을 값싸게 얻어 잘 가꾸어 좋고 비싼 땅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귀농귀촌으로 시골에 땅 사러 가본 사람들은 땅 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지적도상 도로 접한 남향 땅으로, 땅 앞쪽에 동서로 가로 지르는 냇물이 있으며, 앞이 확 터져 있으며, 뒤쪽 산은 거칠지 않게 적당히 높고, 동쪽 산이 조금 낮고 서쪽은 조금 높아 안정적이며, 토질과 물 빠짐이 좋으며, 바람이 사계절 순하게 불어 통풍이 좋은 땅을 구하여 보라.

아마 최근에 강남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그 것 팔아야 명당으로 일컫는 땅 몇 평 사질 못할 것이다.

아니 그런 땅 시중에 나와 있는 것 전혀 없다.

 낭만에 젖어 경치 좋은 물가에 남이 부러워 할 큰 통나무집 짓고 아들, 딸들이 손자손녀들 데리고 오면 행복에 겨워 “아! 인생은 아름다워!”하며 미소를 지으며 남에게 자랑하며 살려고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땅 사기와 큰 집 짓기를 포기하는 것이 좋다.

그런 땅은 엄밀하게 말해 풍수지리상 악처이며(놀러 다니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곳은 살기에 좋은 곳이 아니고, 장사하기 좋은 곳도 살기엔 좋지 않다고 본다), 그 땅 위에 지은 그런 큰집은 좀 있다가 두 늙은이가 쓸쓸히 살아가는 집이 되고, 밤새 귀신이 돌아다녀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낼 테니 말이다.


 꼭 남향을 선호하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땅이나 집이 남향인 경우 일조량이 많아 좋은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주위 환경과 제반 조건을 고려해 볼 때 언제나 남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유명 종갓집들을 살펴보면 남향 아닌 집들도 많다. 북향도 있다.

 지형과 지세를 고려하고, 사용목적에 따라 땅을 이용하고, 집을 본인의 형편과 주위환경에 어울리게 짓고, 그리고 쾌적하게 유지 관리하여 아름답게 조촐하게 가꾸면 그게 바로 풍수에 맞는 것이고 귀농귀촌을 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 하겠다. 

 토질도 마찬가지이다. 척박하면 못쓰는 땅이 아니라 척박한 토질을 좋아하는 작물에겐 좋은 땅이니 농업인이 얼마든지 좋은 땅으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은가?



 나는 농사짓는 사람이 일반적으로 꺼려하는 싼 돌밭을 일부러 샀다.

나의 눈엔 큰 돌덩어리가 금덩어리로 보였다.

어떤 사람이 보고 혀를 찾다. 뭐? 돌밭에서 농사?

그 돌은 밭 경계로 나아가 훌륭한 축대가 되고 밭 모양을 먼저보다 훨씬 더 멋지게 만들고 있다.

그리하고 나서도 지금도 밭엔 돌이 많다.

밭의 돌을 캐어내어 따로 이용해야한다. 

고생 좀 더 해야 한다.

그래도 난 좋다.

내가 좋고, 그곳에서 지내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게 하며, 건강하게 지낼 수가 있으면 바로 그 곳이 나에겐 명당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 땅은 물기가 많다.

물이 많으면 일반적으로 나쁜 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내 눈에는 좋은 땅으로 보였다.

배수로공사를 하여 땅 속과 밭의 물기를 잡았고, 샘터를 찾아서 샘물을 연못으로 인입시킴으로써 사철 물이 넘쳐흐르는 내 취향에 따른 멋진 연못을 얻었다.

 내 밭은 전체적으로 보아 남서향이다.

조그만 집터를 대강 잡았는데 굳이 정남향을 고집하지 않았다. 정남향엔 동쪽에서 뻗어내린 산줄기와 제천시 보호수인 소나무군락이 앞을 가리기 때문이고, 약간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눈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땅 고르는 데 관한  몇 가지 사항을 적어본다.


* 풍수지리에 너무 빠져들지 않는다(정혈법, 좌향론, 소주길흉론 등은 골치 아프고, 친자감응설은 사기술이다).

* 좋은 땅을 사는 데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는 것보다 산 땅을 정성들여 가꾸어 명당, 길지로 만드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인다.

* 오랫동안 있어보아 마음의 평안을 느끼면 좋은 땅이다(땅에 정 붙이면 된다).

* 내 분수에 맞는 땅이 좋은 땅이 된다(규모, 가격, 위치 등 고려).

향, 주위환경, 용수문제, 공기, 토질 등은 귀농인의 목적과 취향에 맞추거나 응용을 한다.

* 수맥, 고압선, 인근 혐오시설의 위치 등 일반적으로 꺼려하는 것들을 극복할 자신이 없으면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피한다.

* 자금형편이 좋은 이라면 구태여 골치 아프게 찾아다니지 말고 지역을 정하였으면 나와있는 땅들 중 비싼 땅을 마음 편하게 산다.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 모두가 나름대로 원하는 명당을 얻기를 바란다. 


[ 위 글은 귀촌귀농으로 땅을 사고자 하는 카페회원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상식의 편에 서서 편히 쓴 것입니다.

어느 특정인을 경멸하거나, 어느 풍수의 대가들을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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