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꺼번에 향을 풍기는 소심들
2006. 9. 28. 18:12ㆍ삶의 잡동사니
텃밭농사 하느라고 집에 난초들을 제대로 가꾸지를 못하여 미안한 마음을 갖고 지내는 중에 오랜만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옥화가 두 녀석이 한껏 모양을 뽐내더니 사계란이 향을 피우며 요란을 떨었다. 이젠 한동안 난향을 못 맡나보다 했었는데 소심들이 꽃대를 슬그머니 올렸다.
마누라는 물을 줄지를 몰라 주로 텃밭에 가기 전에 내가 물을 주고 간다.
텃밭 다녀 올 때에 싱싱한 자태로 맞아주기를 바라면서 흠뻑 물을 준다.
먼저 번에 텃밭을 다녀오니 관음소심, 대둔소심, 철골소심 세 녀석이 은은한 향내를 풍기며 깨끗하고 단아한 자세로 방실거리며 주인을 맞이한다.
베란다 난대에서 거실 가운데 상 위로 자리잡아주며 대접을 해준다.
이 때 만큼은 마누라도 코를 킁킁거리며 눈가에 고운미소를 난과 함께 풍긴다. 그리고 마누라 전용 기도하는 자리 마리아상 옆에 한 녀석을 예쁘게 올려놓는다.
난향이 마음을 정히 한다.
난향에 머리가 맑아지며 눈이 밝아진다.
난향이 집안을 밝게 하고 온화한 기운을 넘치게 한다.
꽃핀 난을 사지 않고 난을 길러 꽃을 피울 때에 난을 제대로 알게 된다.
텃밭농사를 하며 농작물을 소중하게 돌보며 예뻐할 때에 소출로 답하듯이 난을 예뻐하며 쓰다듬을 때에 이따금 향과 자태로 주인에게 보답을 한다.
청아하고 단아한 지태를 가진 녀석들이 집안에서 난향을 은은하게 풍기고 있으면 풍요와 평화를 느낀다.
내가 난을 기르는 이유이다.
출처 : 곧은터 사람들
글쓴이 : 石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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