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지게
2006. 10. 30. 00:22ㆍ삶의 잡동사니
이따금 인분주를 똥통에 담아서 텃밭에 주려면 양쪽 팔이 중노동이라 아우성을 치게 된다.
어쩌다 돌부리에 발이 걸려 뒤뚱거리면 인분주가 바짓가랑이에 튀겨 묻는다. 똥내가 아닌 구수한 냄새라 하여도 바지를 그냥 입고 지내기는 좀 뭣하다.
이동 거리가 길어 양팔에 한 통씩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코끝과 턱아래 땀방울이 맺히고 어깻죽지가 쳐지기 마련이다.
시장을 뒤져 지게를 살까하다가 등산배낭이 생각이 났다.
산지 이십년이 넘은 지라 색깔이 좀 바랬으나 아직도 쓸만한 배낭이다. 이 고물 장거리용 배낭은 나의 최고 취미인 등산여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많다. 특히 지리산종주와 설악산 서북능선 종주에 여러 번 나의 체면을 세워준 일등공신이다.
배낭으로서의 운명을 다한다는 서글픈 마음보다는 텃밭의 새로운 사명을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배낭에게는 더 보람이 있겠다싶어서 배낭덮개와 조임줄들을 몇 개 떼어내고 조정을 하여 선호미자루를 어깨부위에 부착을 시켰다. 선호미자루는 좌우이동과 탈, 부착이 쉽도록 조임줄 고리로 묶었다.
만들자마자 배추와 무에게 인분주보시를 신나게 하였다. 무와 배추가 고소한 맛을 풍길 것이다.
똥통에 인분주를 9할을 채워서 지고가도 가뿐하고 바짓가랑이에 튀지를 않는다.
최고급 지게가 농막의 재산목록에 등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