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사과

2020. 9. 17. 15:50삶의 잡동사니

 사과묘목을 심은 지 5년 되었는데 몇 개의 사과를 달고 있는 녀석이 있다.

심은 지 10년이 넘은 녀석들도 몇 그루 있지만 사과를 달고 안 달고는 주인의 의사하고는 거리가 멀다.

혹 달렸다가도 좀 지나 다시 보려면 떨어져 없어진지 오래 된 듯하고, 달려있기에 어떻게 보살펴야 익은 사과를 딸 것인가 하고 살펴보면 벌레가 잔치를 하였다.

일 년에 주인이 겨우 볼품없는 작은 사과 두어 개를 먹을 수 있다.

지금 달려있는 사과들은 크지도 않고 시커멓고 볼 품이 없지만 살펴보니 벌레구멍도 없고 색깔이 괴상스럽지만 병색도 아니다.

종자는 부사로 기억되는데 작년에는 다섯 개가 달렸었고, 관심의 대상이 되자마자 벌레들이 파티를 하여 먹어보지도 못했었다.

묘목을 심어 놓고는 일체의 비료나 농약을 주지 않고 방치를 하니 사과가 제대로 달릴 리가 없겠지만, 어쩌다 이처럼 예상을 빗나가게 오래도록 매달리는 경우가 점차 늘어난다.

 사과재배선진국에 속하는 일본의 경우에도 살균살충제인 농약을 일 년에 10번 정도 주는 것이 저농약재배에 속한다고하며, 사과자연재배를 성공시켰다고 자부하는 기무라 아키노리도 사과나무에 식초희석액을 수시로 살포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에 비하면 내 사과는 아예 야생사과라고나 할까?

그간의 경험과 관찰한 결과로 보아 텃밭의 사과나무들이 두세 번의 잡초제거만으로 잘 생긴 사과를 주인에게 열댓 개씩이나 줄 리가 만무하다.

사과나무에 거름을 주고 농약을 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먹을 만한 사과를 많이 얻겠다는 욕심 또한 없다.

그렇지만 어쩌다 조금 얻어먹으면 기쁘기 그지없으니 몇 개 달린 사과를 수시로 살피며 잘 익어가라고 염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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