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2. 14. 00:30ㆍ돌밭의 뜰
텃밭에 멋진 연못을 만들어 즐기려한 나의 생각은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격고서야 가능해져가고 있다.
집 마당에 작은 금붕어가 노는 조그맣고 예쁜 연못이 아니고, 밭에서 나온 몇 톤씩이나 되는 큰 돌을 이용해 대여섯 평되는 웅덩이를 만들고 나니 집중호우에, 밀려드는 토사에, 두더지가 뚫은 구멍에 혼쭐이 나서 금년 내내 낭만적으로 보내질 못하였다.
둑이 터져 아래 논의 벼를 못 쓰게 하니 사죄를 드려야 했고, 수시로 연못 둑을 보강하여야 했으며, 급기야 자동 오배수펌프를 설치하고서야 한 숨을 놓았었는데, 배수되는 물을 구거 쪽으로 보내는 비닐호스를 두더지인지 들쥐인지가 갉아먹었는지 엄지손가락이 드나들 정도로 뚫어놓아 또 사건을 일으키고야 말았다.
비 온 후 연못에 가득 찬 물을 신나게 배수하는 과정에서 뚫린 호스구멍으로 물줄기가 뻗치며 둑을 무너뜨리며 아래 부분에 쌓아놓은 한 아름이 넘는 돌을 세 개나 누렇게 익어가는 벼로 뒹굴게 만들어 놨다.
지난 가을에는 사죄의 말로 아니 되고 쇠고기와 돼지고기로 넘어가야 했다.
이 번 겨울에 텃밭의 배수로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확실하게 텃밭 전체에 걸친 건수의 흐름을 파악하여 배수로를 설계하고, 유공관을 배수로 밑에 깔고 잡석으로 배수로를 매설하였으며, 배수로를 통하여 샘물이 연못으로 흘러들도록 공사를 한 관계로 차후 집터와 텃밭의 물기는 완전히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그에 따라 연못의 크기도 늘리고 모양도 제대로 갖추게 되었다.
샘물을 제대로 확보하니 요즈음 한 겨울에도 풍부한 수량을 유지하며 깨끗하고 맛 좋은 물이 끊임없이 연못으로 흘러들고 있어 고생한 뒤의 내 마음이 흐뭇하다.
그간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연못 만들기에 참고해야할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 연못의 모양은 텃밭과 집터의 생김새를 고려하여 거슬리지 않게 만든다.
2) 연못의 위치는 수원(샘물, 개울물)의 위치와 물을 끌어오는 선을 고려하며, 타인의 땅으로부터 최대한의 간격을 두게 한다(나는 아래 논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결과적으로 고생을 많이 함).
3) 연못의 테두리는 가능한 한 큰 돌을 활용하여 쌓아 모양을 살리는 한편 비가 많이 내릴 때에도 주변 토사의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높이와 깊이를 정한다.
4) 연못을 단순히 멋지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집터와 텃밭의 기능과 모양을 제대로 살리고 텃밭에 필요한 용수도 해결하도록 설계한다.
5) 연못물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퇴수장치를 반드시 튼튼하게 만들어 장마나 갈수기에 연못의 효용성을 높인다(내 연못의 퇴수장치는 100미리 PVC관, T자 및 L자 이음관을 이용하여 퇴수구가 세 개가 되게 제작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