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6. 30. 11:56ㆍ농사
일주일을 비웠던 텃밭은 원래도 풀밭이지만 잡초천국으로 변해갔다.
급한 대로 잡초에 눌린 어린 애들의 숨통을 틔어주는 수작업을 해주고 나서 예초기를 가동하여 주변의 웃자란 잡초들을 제어해준다.
잡초들이 작물들의 성장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 경우라면 일주일 정도 모른 채하며 놔두는 것도 텃밭에서 놀며 땡땡이 까는 한 요령이다.
지난주는 많이 가물었던 터라 작물들이 고생을 좀 했나보지만 잡초들의 이슬받이와 피복역할로 텃밭의 흙이 아주 메마르지는 않았나보다.
땅콩은 성장이 더뎠지만 탄탄하게 모양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맛 좋은 놈들이 꽤나 달릴 것으로 예상되고,
가지들은 작아도 예쁜 꽃을 피우고 난 뒤에 윤기 나는 가지를 하나씩 달고 있는 것들이 기특하지만 앞으로의 키 크기와 많은 소출을 위하여 한 뼘도 안 되는 것들을 미리 따냈다.
고추는 풀밭 속에서 마냥 즐겁게 놀고 있다. 벌써 대여섯 개씩 고추를 달고 매운 맛을 불어넣고 있는 중이다.
이틀 전 폭우와 바람도 끄떡없이 견디고 쓰러진 놈이 없다.
20미터가 넘는 미루나무가 밤새도록 휘청거리며 시달렸는데 고추가 한 녀석도 쓰러진 녀석이 없다는 게 신통하다. 고추가 뿌리박고 있는 두둑에 잡초들이 같이 있어 고추뿌리를 단단히 잡아주었기 때문일 것으로 본다.
좀 더 키 크는 상태를 보아서 지주대를 해주어야할지를 판단하려고 한다.
호박 몇 녀석들은 꽃을 피우고 처음으로 야구공만한 호박들을 하나씩 달고 있다.
밑거름을 제대로 해주질 못해 아무래도 호박뿌리 주변에 유박과 인분주를 듬뿍 주어야 제대로 호박이 자랄 것 같다.
감자는 27점 무당벌레의 극성으로 잎이 처참하게 부상당한 여파인지 죽어가는 모양이다.
싱싱하게 잎이 자란 후에 수확기를 알려주는 널브러짐과는 판이하게 달라 걱정을 하며 세 뿌리 캐어보니 감자의 알이 커야 겨우 소주잔만하고 그나마 몇 개씩뿐이다.
집에 가지고 가보았자 아내에게 핀잔만 맞을게 뻔해 농막에서 삶아 먹었다.
그래도 한 냄비 삶아서 먹어보니 맛은 일품이다. 사실은 일품이라기보다는 내가 만든 녀석들이니 내 혀가 아부를 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하다.
고구마는 아주 만족스럽게 커가고있다. 올해는 호박고구마를 많이 거두어 내년 봄까지 먹을 수 있을 듯!
방울토마토 다섯 주를 심었는데 현재까지 만족스럽게 성장중이다.
상추 몇 가지는 집에 가져갈 만한 큼 소출이 많이 나오지만 벌써 꽃대를 올려 미는 중이라 조만간 꽃을 피울 태세를 갖춘 놈들이 있어 일주일 뒤에는 또 씨앗을 뿌려야할 것 같다.
텃밭에 흔하게 심은 대파는 대부분 잡초와 함께 잘 자라고 있으나 시장에서 파는 것들보다 좀 억세고 크기가 작다.
내 보기엔 딱 좋은 것 같아 농막에서 찌개를 끓일 때에 넣어 맛있게 먹지만, 아내는 억세고 파란 잎이 벌레 붙은 것 같다고 흰 부분만을 요리에 사용한다.
주천강에서 천렵을 한 일행들이 잡초텃밭을 찾아 혀를 끌끌 차고 갔는 데, 그 중 둘이 농막에서 하룻밤을 상쾌하게 잤다.
그 중 한 분이 잠값한다며 대파밭에 붙은 잡초를 사그리 뽑아냈다.
당근은 파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속아내지도 않아 밀식이 되어 크게 자라지 못하고 있다.
이따금 간식용으로 뽑아먹는 데 큰 놈이라야 내 검지 크기에 불과하다.
몰골이 우습지만 진한 야생의 맛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고, 텃밭에서 당근요리를 할 줄도 몰라 그냥 생식으로 한두 개를 먹는다.
작두콩은 처음에 떡잎을 보고 그 크기에 놀랐지만 지금의 작두콩잎은 작기도 하려니와 연약하게 유인줄을 타며 오르는 모습을 볼 때에는 큰 콩깍지를 달기가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좀 더 잘 자라게 하고 싶은 마음에 유박거름 한 줌씩을 주변에 뿌려주었다.
부추는 늦봄에 모종을 사다가 심었는데 풀에 휩싸인 것을 두 번 돌보았고, 아직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를 못하고 있다.
늦가을이나 되어야 겨우 부추전 맛을 조금 보게 될 것 같다.
'농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들깨모종 정식하다 (0) | 2018.07.12 |
---|---|
타고 오르는 작두콩 (0) | 2018.07.12 |
잡초텃밭 (0) | 2018.06.16 |
작두콩의 성장 (0) | 2018.05.28 |
작두콩이 왜 이래! (0) | 2018.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