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뛰어 본 하프마라톤

2011. 3. 29. 11:41삶의 잡동사니

 

 모 저축은행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인천국제마라톤에 참가하기로 했다.

그 저축은행은 매년 인천국제마라톤에 전 직원이 참가하여 마라톤을 즐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대뜸 하프 정도는 쉽게 뛸 수 있다고 큰소리 쳤다.

평소 등산으로 다진 튼튼한 다리라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기우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맘먹었다.

그래도 하프마라톤 참가신청을 한 후 삼주일 가량이 남은지라 헬스장에 이따금 나가

러닝머신 위에서 삼십여 분에서 한 시간 정도를 수차례 뛰어봤다.

러닝머신에서 9KM를 놓고 달려도 심폐기능에 전혀 지장을 느끼지 않아

하프 정도는 무난할 것이라 생각하고

인천저축은행의 직원들과 주위의 사람들에게도 내가 마라톤 하프를 뛸 것이라고 알렸다.

주위에 선언을 함으로써 혹 나중에 슬그머니 포기할 지도 모르는 해프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마음다짐인 것이다.

 

 

 마라톤 참가 일주일 전에 고기를 먹고 체해서 혼쭐이 났다.

하필 체력을 요하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기 전에 복통과 설사라니!

급한 대로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고 좀 나아졌지만 위장 컨디션이 계속 찜찜했다.

좀 나아진 상태에서 곱창구이와 간천엽 등을 먹고 다시 악화되었다.

겁이 나서 내과의원 진찰과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니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마라톤하기 전 일 주일을 제대로 섭생을 못하여 몸무게가 반관이나 줄어 내심 걱정이 많았다.

마라톤이란 것이 그냥 동네 체육대회에서 달리기 하듯이 하는 것이 아니란 걸 잘 아는지라

마라톤에 관한 지식들을 바쁘게 훑어봤다.

마라토너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지키는 지식과 방식에 관한 것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곧바로 하프를 뛴다는 것이 무모한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주위에 선언한 이후라

창피스럽게 취소할 수도 없는 입장이 되었다.

평소 뛰지 않다가 장시간을 뛰게 되면 제일 먼저 배가 편하지 못하다.

마라톤에 호기 있게 출전하고 완주를 못하는 아마추어들이 제일 많이 중도에 포기하는 이유가

출렁거리는 배 때문에 일어나는 배설문제란 것을 알았고,

무릎이 건강해도 근육이 받쳐주지 못하면 제대로 뛸 수도 없거니와,

다리가 튼튼해도 심폐기능이 좋지 못하면 완주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몇 번의 연습으로 문제가 없어 호언을 하였건만 왜 하필 일 주일 전부터 배탈이 날게 뭐람!

마라톤 당일 새벽에도 설사를 좀 했지만 그리 기분은 나쁘지 않아 약간의 죽을 먹고 운신을 해봤다.

기운은 좀 빠졌지만 몸은 무겁지 않아 마라톤을 해볼 만했다.

 

 

 하프코스를 두 시간 20분에 끝내면 편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스타트라인을 지나 아무래도 오버페이스를 했나보나.

두 시간 15분이란 표시풍선을 매달고 뛰는 페이스메이커를 후딱 지나쳐 한 시간을 달렸고,

10KM 넘은 반환점을 한 시간 전에 통과를 했으니 말이다.

17KM 지점까지는 별 탈 없이 잘 달렸다.

그런데 골인지점 4KM 전부터 엉기기 시작했다.

다리가 뻐근해지며 아파 뛸 수가 없어 걸으니 다시 또 뛸 수가 없다.

걸으면 걸을수록 다시 뛰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걸으니 차가운 날씨에 으슬으슬 추워졌다.

다시 뛰어본들 양발은 그 자리고 양팔만 휘적댄다.

메인스타디움에 들어가기 전 구경나온 직원들이 파이팅을 외쳐 좀 폼 나게 뛰어보려 해도

영 엉망으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잡을 수가 없다.

빨리 걸으면 3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50여 분 넘게 걸려 어기적대면서 걸었다.

 

 

 하프코스 완주시간 2시간 38분!

에구구!

그 것도 완주라고 완주기념메달을 준다!

뭐 환갑진갑 다 넘은 나이에 태어나서 처음 도전한 마라톤인데 그만하면 되었지

뭘 더 욕심이냐는 아내의 핀잔에 기분 좋게 웃기에는 좀 겸연쩍다.

그 놈의 배탈 만 없었으면 두 시간 10분 이내에 골인했을 텐데!

하룻밤 자고나니 배탈이 씻은 듯 나았다.

양 다리도 뿌듯하게 기운이 들어가 있다.

마냥 달려도 될 듯하다.

 에라! 내친김에 연습 좀 해서 내년에 풀코스 한 번 해봐?

                                                   * 하프코스 완주!

 

                                                                          * 에구! 죽겠다!

 

                                                   * 하프코스 및 10KM완주 직원들과 함께

 

'삶의 잡동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즈음  (0) 2011.11.28
구기동 아침 산보  (0) 2011.08.23
맛 간 자반민어  (0) 2011.02.09
대설단상  (0) 2010.12.28
소래포구  (0) 201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