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2011. 11. 28. 23:36삶의 잡동사니

 요즈음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올해 저축은행 업계에 불어치는 강풍에 휘청거리지 않는 저축은행이 거의 없을 정도이고,

세찬 바람을 맞은 많은 저축은행의 주주와 임직원은 좌불안석의 상태가 계속되고,

저축은행을 거래하는 예금고객들은 걱정들이 태산 같다.

작년에 한 저축은행장이 자살을 했고,

얼마 전에도 또 한 저축은행장이 스스로 숨을 끊었다.

그리고 저축은행장만으로는 부족해선가 여신담당임원이 며칠 전에 또 자살을 했다.

많은 저축은행장들이 자주 바뀌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그리고 업계의 분위기나 경영진의 얼굴들이 침체되어있고 흐린 표정들이 역력하다.


 저축은행에 불어 닥친 한파는 저축은행 스스로의 원인과 행동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본다.

즉, 도산되고, 영업이 정지되고, 제값도 못 받고 팔린 저축은행들은 대부분 주주, 임직원들이 부정부패에 물들어 올바르고 깨끗해야할 금융풍토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기 때문에 초래된 불량품들인 셈이다.

불량 저축은행들이 많이 발생하고 금융시장이 그에 따라 혼란스러워지자 건전하고 양호한 상태의 저축은행들까지 휘둘러 쳐져 영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저축은행들을 거래하는 고객들 또한 우왕좌왕하는 혼란이 연속되고 있다.


 내가 저축은행 업계에 몸담고 있는 두 해 동안 저축은행업계가 계속하여 몸살을 하고 있다.

금융사고 발생, 분식회계, 영업정지, 예금인출사태, 저축은행장 자살, 주주와 임직원 구속, 감독기관 직원 구속 등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상태와 결과물로 인해 저축은행에 대한 조치, 저축은행관련법들에 대한 개정 움직임, 저축은행들 스스로의 자정과 건전경영을 위한 움직임 등 부산한 변화와 화제로 각 언론매체들 또한 화면과 지면을 일년 내내 채워가는 중이다.


 저축은행은 조그마한 은행이다.

총자산이 시중은행의 중형내지 대형 점포의 규모에 불과하다.

금융상품도 단순하고 규모가 작은지라 회사의 조직과 인적자원 또한 소규모이다.

아무리 저축은행이 커봤자 회사규모로 보면 중소기업과 다를 바 없다.

작은 기업이기 때문에 조그만 파장에도 쉽게 흔들린다.

그러니 주주나 임원이 썩으면 바로 도산되기 십상이다.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고객은 신용이 모자라 시중은행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서민과 기업이다.

신용이 모자란 서민과 기업이 여신고객이기 때문에 저축은행은 그 만큼 더 위험에 노출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곡예를 하면서 돈벌이를 하는 느낌이다.

그러니 저축은행을 책임지고 경영하는 임원이나 저축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가 부정부패에 물들어버리면 그 저축은행이 꺼꾸러지는 것은 자명하다.

정신 차리고 깨끗하게 저축은행을 경영해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판에 저축은행의 구성원들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부정부패를 일삼는다면 망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며칠 전에 인근에 있어 자주 얼굴을 마주하던 모 저축은행장이 구속되었다.

그 저축은행은 소위 88클럽에 가입되어있는 우량저축은행이라고 행세를 하던 저축은행이다.

장기간에 걸쳐 부정대출과 분식회계를 했던 결과로 영업정지가 되고 임원들이 구속되어 형사처벌을 받을 운명에 처해졌다.

주위에서 발생되고 보이는 추한 현상들이 나의 마음을 언짢게 한다.


 저축은행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이 아무리 깨끗하게 처신해도, 아무리 유능하게 일을 한다하여도 요즈음의 저축은행업계에 줄기차게 불어 닥치는 한파는 그들을 고된 일상에 파묻히게 하기 일쑤이고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드니 그들 대부분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갖질 못한다.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인생을 편하고 재미있게 사는 재주가 있다는 말을 잘 듣는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회기를 잘 경영하여 어려움에서 벗어나고, 어려운 와중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저축은행장을 그만두고 몇 년을 보내고도 두발을 편히 뻗고 자려면, 그리고 텃밭에서 호미자루를 잡고 땀을 흘리면서도 환하게 웃음을 지면서 살려면 내 스스로 일을 잘 해야 한다.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내가 저축은행을 떠날 때 모든 직원들과 주주들이 나의 떠남을 아쉬워하고 떠나는 나의 발걸음이 가벼워야 할 것이다.


 오늘도 또 모임을 같이 하던 모 저축은행장이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앞으로는 그런 뉴스거리를 접하지 않기를!

저축은행들이 요즈음의 혼란에서 어서 벗어나기를!

그리고 저축은행장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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