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1. 25. 19:41ㆍ삶의 잡동사니
이번에 텃밭을 가서 아랫집의 할머니를 못 보았다. 집 앞의 강아지도 없어졌고, 헛간에서 살고 있는 누런 진돗개도 사라졌다. 집안을 들여다보니 빈집이다. 지난번에 할머니가 메주콩을 사라고하여 닷 되를 샀는데, 그때 할머니는 돈을 받으며 눈을 먼 산에 두고 내년에는 농사를 짓지 않겠다고 하였다.
제초농군인 남편이 타계를 한 이후로 삶의 비중을 반으로 줄여서인지 내디디는 걸음은 무거웠고, 이따금 먼 산을 바라보는 모양은 서글픈 기색이 역력하였다. 딸이 해산 후 몸조리 하느라 한 달을 있었고, 그 이후로도 어쩌다 손자를 데리고 와서 며칠씩 지내는 걸 보았는데 식구들의 늘어남은 할머니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면 몸 불편한 할머니가 시중드느라 진이 빠지는 것같이 보이는 건 편견을 가지고 보는 나의 시각 때문인가 모르겠다.
농사를 지으며 늙어가는 노인들이 흙냄새를 못 맡으면 금방 더 늙게 된다. 정신과 육체적인 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게 되는 건 분명하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별도로 운동을 즐기지를 아니하니 농사일이 바로 노동이고 운동이다. 더구나 농사일을 즐기면 훌륭한 운동이 되는데, 그나마 하지 아니하면 움직임이 없는 생활로 무기력해지고 목적이 없는 하루하루가 되니 정신과 육체가 더욱 노쇠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멍한 할머니의 눈을 보며 ‘힘드셔도 농사는 살살 지으셔야지 노시면 되나요? 지금 농사를 사백여 평을 하시니 반으로 줄이세요.’하였더니 ‘어디 세상일이 지맘대로 되나요?’ 하며 무겁게 발길을 돌리는 걸 열흘 전에 바라보았는데 지금 보이는 건 온기 없는 쓰러져가는 구질구질한 낡은 집뿐이다.
동네 이장의 말로는 할머니가 이사할 방을 구한다고 들었는데, 며칠 사이에 할머니는 아예 타방으로 떠나버렸다.
텃밭 일을 마치고 잠시 쉴 때에 빈집의 쓰레기를 모아 태우고 있는 할머니의 동생이 보였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의 무릎이 좋지 못하여 더 농사일을 할 수 없어 밭의 주인인 할머니의 동생이 농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단풍이 바라고 낙엽이 뒹구는 초겨울의 산동네에 삭막한 기운이 돈다.
낡은 집에 할머니가 없으니 더욱 더 기우려져 보이고,
불어오는 산바람에 낮게 깔리며 굴뚝에서 퍼져 나오던 연기가 사라지니 스산함을 느낀다.
나이 들어 어찌 살아야 하나?
1. 내 몸을 추스르는 재산이 있어야한다.
(남에게 보시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가지면 더욱 좋을 것이다)
2. 나를 살펴주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내가 살펴주는 사람도 있어야한다.
3. 몸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안이 죽을 때까지 있어야한다.
4. 내가 죽을 때 나의 삶에 만족하며, 웃음 띠는 얼굴로 눈을 감을 수있는
여유를 가지도록 하여야한다.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도 닦는 마음을 가지고, 성취하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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