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25. 16:11ㆍ삶의 잡동사니
텃밭에서 호미자루 잡다보면 수시로 배가 출출하고 허기가 질 때가 있다.
그렇다고 수시로 밥을 먹을 수도 없고, 과자나 빵 등으로 때우기는 싫다.
집에서의 육체적 활동보다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다이어트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나로서는 텃밭에서 적절하게 조그마한 양의 간식으로 간단히 해결을 한다.
요즈음은 텃밭에 먹을거리가 제법 풍성하다.
토종 찰옥수수가 옛날 맛을 제법 그럴싸하게 풍긴다.
크기는 작아 그 길이가 한 뼘도 못되지만 매혹적인 색깔에 차진 육질과 고소함이 배어 돌밭 주인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요즈음 인기가 있는 대학찰옥수수는 한참 아래다.
두어 개 먹어도 전혀 부담이 없고 먹은 후에 녹차로 입안을 적시고 나면 아주 개운하다.
10월 중순까지는 텃밭이 계속 주인에게 바치는 주된 공물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아직도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토마토가 붉은 색을 띄고 있다.
하우스 내에 여덟 주를 심었는데 밖에 심은 토마토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 파는 토마토모종은 거의가 시설재배용으로 개량된 종자라 그런지 밖에서는 맥을 못 춘다.
한 여름 장맛비를 맞고 내려쬐는 햇볕을 며칠 맞고 나면 영 볼품이 없다.
하우스 안에서 인분주와 유박거름, 그리고 텃밭의 잡초퇴비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은 토마토 여덟 녀석은 요즈음도 열흘에 한 관씩 비닐하우스 주인에게 자릿세를 꼬박꼬박 바치고 있다.
요놈들은 아마도 시월 말까지는 계속 기쁨을 줄 것 같다.
올해 김장용 배추와 무를 소요량의 두 배 가량 심었는데 엄청 성장상태가 좋다.
그런데 잎에 구멍이 많이 난지라 살펴보니, 배추벌레와 메뚜기가 신나게 잎을 갉아먹는다.
배추벌레의 똥은 짧고 굵으며, 메뚜기(섬서 메뚜기도 마찬가지)의 똥은 길고 가늘다.
배추벌레는 보이는 대로 잡아내 밭의 거름으로 되돌리지만 메뚜기는 무작정 살생하기가 좀 그렇다.
메뚜기를 잡는 김에 아예 페트병에 담아보았다.
배추밭, 무밭, 콩밭을 오가다보니 오래 잔에 사이다병 하나 분량을 잡았다.
어릴 적 생각이 난다.
두어 시간을 페트병 안에서 배설을 시키고 나서 물로 몇 번을 헹구고 냄비에 간장과 들기름을 넣고 볶았다.
그리고 소금으로 간을 더하였다.
바삭거림이 덜한 듯하여 프라이팬으로 더 볶았다.
추억의 메뚜기볶음!
씹는 맛과 고소한 냄새가 두어 달 동안 냉장고 안에 쳐박혔던 깡통맥주를 불러낸다.
뒷산에 올라 밤 몇 알을 주어와서 쪄서 먹는 것도 요즘은 일품이다.
그 외에도 땅콩과 고구마를 생각나는 대로 한 포기씩 불러낸다.
요즘처럼 간식거리가 넘치는 때는 없을 것이다.
자연의 맛이 깊게 배인 텃밭의 먹을거리는 느긋함과 여유로움을 주인에게 선물한다.
돌밭주인이 요새 몸무게가 좀 느는 이유이다.
언제나 가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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