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1. 16:04ㆍ삶의 잡동사니
도시의 가로수는 매일 공해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
매연에 휩싸인 잎은 고운 단풍을 만들지를 못하고 어떻게 가지에서 떨어지는지를 모르며, 시멘트벽돌 아래에서 흙 속으로 뻗어있는 뿌리는 편히 숨 쉬지를 못하고 물을 찾아 발버둥을 치며 살아가는 것이다.
아스팔트 위에 뒹구는 낙엽들은 고운 가을 색이 아니고 지저분하게 오염된 색이고, 인도에 쌓여있는 낙엽을 밟아보았자 낙엽 밟은 소리도 들리지 않을 성싶다.
도시인들은 야외 나들이를 가야 비로소 자연의 색깔과 소리가 어떤지를 알 수 있으니, 아무리 문화의 혜택을 많이 받고 편리함을 누려보았자 자연 속에서 사는 깨끗함과 상쾌함을 모르니 진정 행복을 누리며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텃밭 아래쪽 집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땡감나무가 행복을 느끼며 만족스런 늦은 가을의 멋을 한껏 풍기고 있다.
은행나무의 잎은 화려한 노란색을 지나고 가을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지는 과정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고운 색깔을 뽐내고 있고, 땡감나무는 잎은 다 지고 없지만 가지가 축축 늘어질 정도로 예쁘고 맛있게 생긴 색깔을 머금은 땡감이 주렁주렁 달려서 삭풍과 눈을 기다리고 있다.
가을걷이를 해가니 텃밭이 비어가며 텃밭주인은 좀 스산함을 느낀다.
새벽에는 텃밭에 살짝 얼음이 얼었다.
무가 얼까봐 서둘러서 모두 거두고 일부는 흙 속에 묻었다.
텅텅 비어가는, 그래서 쓸쓸해져가는 텃밭에서 그나마 두 나무의 행복함을 느끼니 차가운 갈바람 부는 텃밭에 홀로 서있는 맛도 그런대로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