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8. 18:45ㆍ농사
지난해 초겨울 씨 마늘 한 접을 사서 텃밭에 심었다.
봄에 제대로 새싹을 올리고 잘 자랐으나 텃밭주인의 방치농사기법으로 거름이 모자라고 풀들까지 괴롭히는 바람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늘의 알이 크지 않다.
알이 굵어야 탁구공보다 조금 더 클 정도이니 대부분의 마늘들은 애들 좋아하는 눈깔사탕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도 맛은 일품이라 집에 가져가면 아내는 일 년 먹을 마늘이라 좋아하며 일일이 까고 갈아서 냉장고에 특별보관을 하며 일품양념으로 사용한다.
일 년 먹을 양이라고 말하지만 김장때는 따로 마늘을 사서 쓴다.
텃밭마늘을 한 번에 김장할 때 모두 넣으면 다른 반찬에 넣을 게 없으니 김장용마늘을 따로 사야 되는 것이다.
텃밭에서 먹는 갈아놓은 마늘도 마침 다 떨어져서 잎줄기가 누렇게 변해가는 마늘을 세 녀석 뽑아냈다.
아직 수확적기가 아니라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작지만 야무지고 맛 좋은 마늘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텃밭에서 따낸 상추, 깻잎, 취나물 잎과 함께 푸짐하게 한 접시 놓으니 더위에 맥 빠지기 쉬운 텃밭의 점심에 싱싱한 활기를 불어넣는다.
풋고추가 없어 지난해에 담근 풋고추장아찌로 대신하고 고추장과 된장으로 쌈의 간을 맞추니 집밥 못지않은 푸짐하고 맛 좋은 점심임에 틀림없다.
마늘은 농사로서의 수익 면에서 다른 작물에 비하여 유리하지 못하고 8개월 넘게 긴 재배기간으로 불리한 점이 있으나, 텃밭농사로서는 꽤나 재미있는 작물이라고 하겠다.
텃밭작물 수확 뒤의 잡초까지 죽어버린 황량한 밭을 적당히 손보아 골을 낸 다음에 마늘 하나하나 정성들여 깊숙하게 넣고 흙을 덮으면서 파종을 하는 것은 얼음 얼기 전의 텃밭에 대한 텃밭주인의 마지막 보살핌이다.
행여나 엄동설한에 마늘이 죽을까보아 텃밭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덤불을 모아 마늘밭에 덮어주고, 그것도 모자라 덤불위에 비닐을 덮어주기도 한다.
텃밭의 마늘은 기껏해야 여섯 쪽을 넘지를 않는다.
화학비료를 전혀 주지를 않고, 유기질비료라야 텃밭자체로 생산된 잡초로 만들어진 것이거나 인분주이니 관행농법으로 생산된 마늘과 그 크기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텃밭주인 보기에 거름기가 한심할 정도라야 농협에서 공급되는 유기질비료를 눈곱만큼 겨우 주니 아무리 비가 자주 내려도 벌 마늘로 변하는 것들이 아예 없다.
텃밭주인이 푸짐하게 거름을 주는 것도 없는 데에서 시중에서 팔리는 달걀보다도 더 큰 우람한 마늘을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한대로의 자연적인 환경 하에서 그에 걸맞게 자란 작물의 결실을 귀히 여기는 지라 작물의 큰 결실에 욕심을 내지를 않으니, 자그마한 소출도 그것 자체로 만족하고 감사하며 거둔다.
생산된 텃밭의 소출을 남에게 팔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비하며, 어쩌다 양이 넘치는 경우라야 그 소출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이에게나 나눠주는 게 텃밭주인이 지향하는 농사하는 마음이다.
그러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지금의 엉터리 자연농법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21.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