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18. 18:50ㆍ농사
텃밭의 새벽은 신선하다.
요즘의 일출시간이 다섯 시 좀 너머서인지 다섯 시쯤엔 저절로 잠에서 깬다.
삼십여 분간 누워서 몸을 푼 다음에 일어나도 여섯 시 전이니 아침 먹기 전에도 한 시간의 여유시간이 있는 셈이다.
어제는 밭의 온도가 섭씨34도까지 오른 무더위라 오후 내내 땀 흘릴 일을 피하며 만사 제쳐 놓고 쉬었다.
텃밭은 온통 잡초로 덮여가지만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푸름으로만 보고 즐기다보니 고구마 두 단 심은 밭에는 고구마 잎이 보이질 않고 늦게 올라온 개망초, 쑥, 명아주, 밭미나리, 바랭이로 완전히 덮이면서 고구마의 살려달라는 아우성조차도 초원 속에 잦아든다.
어제의 편안함은 마냥 지속될 수는 없기에 숫돌로 갈아둔 야채낫, 호미낫, 갈고리낫을 챙겨 고구마 밭으로 향했다.
이슬 먹은 잡초들은 호미낫이 지나가면 바로 동강나고, 좀 질긴 것들이라고 하여도 성장점 아래 부드러운 밭 흙을 긁어주면 뿌리까지 뽑을 필요도 없이 수월하게 제압할 수 있다.
새벽이슬 먹으러 나온 지렁이와 풀섭에 들어있는 개구리를 쫒아내며 한 시간을 고구마두둑의 잡초들을 다스려 두둑 위에 두툼하게 피복을 하니 세 두둑을 손을 봤다
두 두둑을 남기고는 젖은 옷을 벗고 아침을 먹을 겸 운동을 마쳤다.
적당히 습기찬 새벽공기는 기분 좋게 흐르는 땀과 어울려 신선한 자연의 맛을 배가시킨다.
무엇으로 아침을 먹든 꿀맛 그 자체이고, 가벼운 샤워로 상쾌함이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준다.
풀 정리를 못한 나머지는 오늘이 흐린 날이라 커피 한 잔 하고 나서 하던 가 아니면 해질 무렵에 하면 될 일이고, 고추들은 아직은 잡초보다 큰 상태이니 좀 더 놔두었다가 손봐주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즐기면서 운동 삼아 텃밭 일을 하는데 굳이 서두르며 하거나 진땀 흘리며 쫒기 듯이 할 일이 아니니 언제나 느긋하게 지낸다.
단지 때를 잊으며 하염없이 내팽개쳐서 개판을 만들지 않으면 될 일이다.
(202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