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7. 22:25ㆍ농사
여름철 뜨거운 한 낮이나 저녁을 먹고도 뭔가 부족함이 느껴질 때에 잘 삶아진 옥수수를 알맹이를 터뜨려가며 씹어 먹는 맛이란!
맹물에만 삶아도 맛있는 옥수수!
오래 잘근잘근 꼭꼭 씹을수록 단맛과 감칠맛이 입안을 휘젓다가 배로 들어가면 더위도 잊고 피곤도 잊는 제철 특별간식이 바로 옥수수이다.
옥수수는 씨알의 종류에 따라 상업적인 분류가 이루어지며, 마치종(馬齒種)·경립종(硬粒種)·연립종(軟粒種)·감미종(甘味種)·폭립종(爆粒種) 등으로 구별되는데 여러 가지 식용, 사료용, 알콜제조용 등으로 이용된다.
우리가 여름철별미간식으로 많이 선호하는 옥수수는 대학찰옥수수와 알이 검은 토종찰옥수수라고 보겠는데, 차지고
부드럽고, 단 맛이 강한 종자이다.
옥수수는 타가수정을 잘하고, 수술의 꽃가루가 십리를 넘게 날아다니며 암술을 찾는지라 교잡이 잘 이루어져서 고유한 종자를 독립적으로 계속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대학찰옥수수의 경우는 재배 후에 얻은 옥수수를 다시 심으면 이전과 달리 맛없는 옥수수가 달리니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양심 있는 농업인들은 종자유지를 아예 외면하고 매년 비싼 대학찰옥수수 종자를 새로 구입하여 파종을 한다.
어쩌다 괴산일대를 지나가다 찐 옥수수를 사먹었는데 예전의 그 맛이 아니고 별로라고 느껴진 경우라면 그 옥수수는
대학찰옥수수가 아니고 교잡된 F2라고 보면 거의 맞는다.
외형으로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옥수수외피를 까서 몇 줄인가를 세어보면 된다.
옥수수의 굵기가 좀 가늘면서 줄이 8~10개이다.
내 텃밭에는 옥수수밭이 따로 없고 여기저기 한두 개씩 따로 떨어져서 삽십 여개가 자라고 있다.
토종이랍시고 재배하던 옥수수 종자를 관리 못하여 이웃에서 얻은 교잡된 검은 찰옥수수와 홍천미백찰옥수수를
파종시기를 간격을 두고 심었다.
이제야 미백찰옥수수가 서너 개 딸 수 있을 만큼 익어간다.
간격을 두고 서너 번 서너 개씩 먹으면 더운 여름 지나가고 가을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옥수수는 참 이상스럽게 꽃을 피운다.
한 꽃 안에 암술수술이 같이 없고, 호박꽃처럼 같은 모양의 꽃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멋지거나 예쁘지도 못하다.
멋대가리 없이 수꽃은 옥수수의 꼭대기에서 헤벌리고 있다.
볼품없는 수꽃이 색도 예쁘지도 못하지만 맨 위에서 사방으로 기다란 손들을 휘저으며 암꽃을 향한 비상준비를
나름대로 한다.
암꽃은 길쭉한 방망이 끝에 이상하게 생긴 수염을 달아 놓은 모양이 요상하게 생겼고, 봉두난발한 수염이 수놈을 맞이한 후에는 그나마 윤기 나던 수염에서 거칠거칠하고 색 바랜 모양으로 부슬부슬 해지면서 말라 비틀어져가며 몸통을 키워간다.
그래서 볼품없이 우스운 꼴이라도 사람들에게 별미의 음식으로 탈바꿈하는 강한 존재감을 부여받은 것 아닐까?
수많은 수염가닥은 아마도 옥수수의 한 알마다 연결된 사이로서 중간에 수정관이 지나고 있으리라 본다.
날이 뜨거워져가는 데에 따라 잡초들이 극성을 부렸지만 옥수수는 아랑곳하지를 않는다.
꼬마 풀들이 기어올라봤자 허리춤이니 내려다보지도 않는 무관심이다.
잡초들이 영양분을 빨아먹어봤자 수박겉핥기지 튼튼하고 깊게 뻗은 옥수수의 빨대를 이길 수나 있겠냐?
텃밭주인이 맛좋은 거름 주면 좀 더 크고, 거름 별도로 안 주면 그에 맞추어 작은 옥수수를 달아줄 것이다.
주인의 성미를 잘 알기에 옥수수는 큰 알맹이 만드는 데 정신 쏟지 않고 뜨거운 텃밭의 열기 속에서도 유유자적하며
꼿꼿하게 큰 높이를 자랑하면서 뽐내고 있는 것이다.
(‘2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