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연못풍경

2025. 5. 17. 17:06돌밭의 뜰


텃밭에서 제일 맘에 드는 곳이 연못이다.
십여 평 연못으로 텃밭연못 치고는 준수하게 큰 규모다.
처음 만들 때부터 밭의 작은 늪지대를 파내고, 밭에서 캐낸 1~2톤 무게의 큰 돌로 테두리를 쳤다.
연못 주위에 소나무 네 그루와 주목 두 그루가 있고, 연못 둘레에는 범의귀와 백리향으로 치장을 했다.
그리고 흙이 있는 공간에는 수선화, 백합 등의 꽃과 규모가 작은 참나물밭과 취나물밭이 연하여 있다.

연못의 물은 자연용출되는 물과 농막뒤편 샘터와 텃밭 뒷부분 늪지에서 나오는 물로 채워져서 일 년 내내 마르지 않고 겨울에도 자연배수되는 배수과부분은 얼지 않는다.
연못둘레와 바닥을 시멘트로 채운 것이 아니고 돌과 흙으로 채운 것이라 이른바 친환경생태연못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연못에는 가재, 도롱뇽, 개구리, 여러 가지 수생곤충류들이 살고 연못 수면에는 동강노랑어리연의 작은 잎들이 덮고 오랜 기간을 작고 예쁜 노란 꽃들을 피운다.
텃밭에 농약을 전혀 쓰지를 않고 생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는지 연못 주위에서 이따금 흰 황새나 왜가리가 날아들고,  능구렁이가 지나는 걸 본다.
능구렁이는 살모사 같은 독사들을 잡아먹는다기에 검고 붉고 알록달록한 큰 모양이 보기에 뭣하긴 해도 쫓아내지를 않는다.


생태연못을 유지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다.
한동안 게으르게 한눈팔고 놔두면 잡초들이 둘레를 에워싸 볼썽사납게 만든다.
그리고 매년 연못바닥을 두어 차례 긁어서 소나무와 주목에서 떨어진 잎이 바닥에 가라앉아 만들어낸 오니를 걷어내주어야 깨끗함을 유지한다.
연못이 애물단지이니 틈틈이 땀과 정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연못 둘레에 소나무를 심은지 이십 년이 넘으니 지름이 한자 되는 굵기이고, 높이가 칠 미터쯤 된다.
그 이래 둘이 앉아 차 마실 수 있는 크기의 큰 돌이 있어 아주 좋은 휴게소 역할을 한다.


그 네 소나무 둘레를 밭에서 나오는 돌멩이로 둘러쌓고 보니  모양이 그럴듯하다.
좀 더 다듬으면 보기 좋은 작은 돌멩이 성이 만들어지겠다.
비 그친 후에 큰 돌 위에 걸터앉아 시원한 바람결과 함께 연못과 주위를 둘러본다.
소나무를 둘러친 돌멩이성이 아늑하고 평온하게 눈으로 들어온다.


순간적으로 나 죽으면 화장하고 남은 뼈가루 한 줌을 이곳에 표 안 나게 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또 한 줌은 마음의 고향인 지리산 반야봉 위에서 날려주고!
인생자체가 무상이니 텃밭이 내가 죽고도 남에게 팔리지 않고 그대로라 하여도 내 생각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아들들이 선택하는 대로 하는 것이니 내가 명령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 하여도 내 뼛가루가 납골당에 갇히는 건 싫다.
태어나서 열심히 살고 죽을 때는 허허 웃으며 모든 걸 훌훌 털며 흔적 없이 떠나는 길이 최상의 인생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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