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6. 00:40ㆍ돌밭의 뜰
아침을 먹기 전에 운동을 한다.
예초기를 한 시간 가동하고 땀을 쭉 빼고 나면 시원한 냉수 맛이 일품이다.
간단히 샤워를 한 다음, 가볍게 아침을 먹고 난 후에 누워서 책을 삼십여 분 본다.
비닐하우스 가기 전 왼쪽 돌 축대 아래에 무성한 쑥대밭이 갑자기 생각난다.
예초기는 오후 늦게야 가동을 시킬 것이니 한낮이 되기 전에 손 볼 것을 찾은 셈이다.
텃밭에서는 일의 순서가 없어진다.
일의 순서를 정하고 일을 할 때에도 잠시 일이 중단되고 나면, 그리고 휴식을 취하다 보면,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쇠스랑, 삽, 호미 등이 텃밭의 여기저기에 숨어있게 되어 농기구를 찾으려고 텃밭을 어슬렁거리게 되는 경우 또한 많다.
텃밭에 왕창 번식을 한 쑥을 뽑아내는 일은 힘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기도 하다.
무릎보다 높게 자란 쑥대를 몇 가닥씩 잡고 호미로 쑥 뿌리부근을 파내듯이 긁어대면 쑥 한 무더기가 쉽게 캐내어진다.
쑥을 캐낸 흙은 보드랍다.
쇠스랑으로 좀 깊게 흙을 뒤집으면서 큰 돌멩이를 골라내고, 쇠갈퀴로 고르면서 작은 돌멩이를 긁어내면 씨앗 뿌리기에 적당한 작은 밭을 쉽게 만들 수 있다.
말이 쉽게 밭을 만드는 것이지, 땀은 내복 두 벌을 적실 정도로 흘려야 한다.
중노동이 되어서는 안 되기에, 운동을 하면서 흘리는 땀의 양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항상 조심을 하지만 매번 적절하게 조절이 되지는 못한다.
오늘도 땀을 좀 지나치게 흘렸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 농막에서 늘어지게 뒹굴려 했으나 이내 연못이 궁금해진다.
요새 해가 지면서부터 개구리 우는 소리가 요란하다.
텃밭 아래에 있는 논에 물이 차있으니 개구리 놀기엔 최고의 시절인가보다.
연못 둘레를 돌아보는데 첨벙첨벙하며 개구리가 연못으로 뛰어든다.
발걸음을 조용하게 하여 살살 돌아보니 개구리가 많이 눈에 띈다.
물에서 나와 돌로 기어올라있는 놈,
여차 하면 다시 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놈,
물가의 모래가 많이 섞인 흙에서 모래찜질을 하는 놈,
납작 엎드려 졸고 있는 놈을 나뭇가지로 살살 건드려도 도망을 가지 않는 놈(이 놈은 나뭇가지로 한쪽 눈을 건드리면 한쪽만 감고, 다른 한쪽을 건드리면 그쪽만 감으며, 턱주가리를 톡톡 치면 앞발로 나뭇가지를 밀치기도하며, 등을 짓궂게 긁으면 뒷발로 쳐내기도 한다),
꼼짝하지 않고 먹잇감이 걸려들기만을 고대하며 웅크리고 있는 놈 등 그 모양새들이 여러 가지다.
텃밭에서 지친 시간을 보상하며 개구리와 노는 재미도 텃밭에 연못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요새 텃밭에 피는 꽃이 볼만하다.
작년 봄에 심은 마가렛꽃은 만발하기 직전으로 흰 꽃의 우아함과 눈부심이 연못을 멋지게 치장하고 있는 중이다.
텃밭 뒷산에서 채집하여 심은 붓꽃도 많이 번식을 하여 무더기로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연못에 심은 수련도 그 잎들이 많이 늘고 있어 아담하고 귀여운 꽃을 기대하고 있다.
텃밭의 연못은 자칫 삭막해질 수도 있는 텃밭농사에 낭만을 부여해준다.
농작물만 가득하게 심은 텃밭은 운치가 없을 것이다.
연못도 있고, 빈 공간도 있고, 쑥대밭도 있어 텃밭 주인이 일하고, 보고, 즐기는 것들이 구색 맞추어 있다면 취미농군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게 될 것이다.